(영상)박용진의 '한계'…일대일 구도에도 공개지지 의원 '0'
친문조차 공개 지지 없어…강훈식, 중도사퇴에도 단일화에는 반대
민노당 색깔에 독자 이미지 고착…구조적 현실 극복해야 대안으로 우뚝
2022-08-23 15:12:07 2022-08-23 22:43:34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가 열린 지난 21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박용진 당대표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민주당 당대표 경선이 수도권 일정만을 남겨 놓은 가운데 차기 당대표로 이재명 후보가 확실시되고 있다. 박용진 후보가 반이재명 전선을 이끌며 고군분투 중이지만 '이재명 대세론'의 벽은 한없이 높았다. '박용진의 한계'도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높은 대중적 인지도에도 당내 세력화에 철저히 실패했다. 친문계의 호응이 없었고, 같은 97그룹 주자인 강훈식 의원마저 후보직 사퇴에도 단일화에는 선을 그었다. 박 후보로서는 대안으로서의 효용가치를 상실, 과제만 안게 됐다. 
 
전체 권리당원의 36%가 몰려있는 호남 경선까지 마친 23일 기준 누적 득표율은 이재명 78.35% 대 박용진 21.65%로, 격차는 세 배가 넘는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대회전을 앞두고 박 후보는 투표율 제고 등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버거워 보이는 게 사실. 고향인 호남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반전의 계기는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작부터 '골리앗 대 다윗의 싸움'이었다. 지난해 대선 경선 득표율만 보더라도 이재명 50.29% 대 박용진 1.55%로 상대가 되질 못했다. 이 후보는 대선을 전후로 '개딸'(개혁의 딸)이라는 충성적인 우군마저 얻었다. 비록 이 후보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론에 휩싸이며 휘청거렸지만 당 주류는 이미 '친문'에서 '친명'으로 변화된 상태였다. 대선이 끝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맞이했다. 당내 세력 분포나 당원 지지세,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 박 후보는 직전 대선후보였던 이 후보를 상대하지 못했다. 
 
일말의 기대도 있었다. 전해철, 홍영표 등 친문 주자들이 퇴장하고 세대교체론이 거세지면서 박 후보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유치원 3법' 통과를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내부 문건 공개, 현대자동차 엔진 리콜 조치 등의 의정활동 성과를 기반으로 대중적 인지도도 확보했다. 하지만 당내 우군 확보에 실패했다. 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 선언한 의원이 단 한 명 없었다는 지점은 그의 처참한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8일 박 후보의 '불평등 해결을 위한 포용과 연대회의' 발대식에 이상민·김철민 의원이 함께 참여한 것이, 유일한 당내 현역 의원들의 우회적 지지 행보였다.
 
이를 놓고 박 의원의 뿌리가 과거 민주노동당(현 정의당)이기에 민주당과의 유기적 결합이 어려웠다는 해석과 함께, 차기 당대표가 22대 총선 공천권을 쥐는 상황에서 극반명 기조를 보이는 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에는 부담이 컸다는 상황논리의 해석도 제기됐다. 차기 총선 출마를 노리는 전국 시도당위원장과 각 지역위원장들로서는 유력 당권주자인 이 후보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가 권리당원, 대의원 그룹을 좌지우지하는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 등의 우호 세력이 현저히 약하다"며 "특히 이번 전당대회 투표율이 최저치다. 적극 지지층만 참여하는 양상을 보이다 보니 박 후보가 바람을 일으키거나 이변을 연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도 "박 후보의 경우 동지 그룹이 없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라고 진단했다.
 
드러나지 않게 박 후보를 돕는 이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절대 우군은 아니다. 친문 한 핵심 의원은 "물밑에서 지원하는 의원들이 있다"며 "다만, 박 후보에 대한 지지라기 보다 이 후보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박 후보를 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문 의원은 "(앞으로도)친문 그룹에서 (박 후보를)공개적으로 지지 선언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며 "조직적으로 도와줄 상황은 아니다. 박 후보가 이 후보와 대척점에 있긴 하지만 그동안 친문 지지자들과 교류가 없다 보니 조직적으로 뒷받침이 안 되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박용진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16일 국회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후보가 당대표 예비경선(컷오프) 이전부터 단일화에 매진한 까닭이 자신의 세력화 부재를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예비경선의 경우 중앙위원 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를 더해 진행됐기 때문에 중앙위원 표심, 즉 조직표가 절대적이었다. 단기필마로 경선에 나서며 조직적으로 열세에 있었던 박 후보로서는 단일화를 통해 조직적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본경선에서 강훈식 후보가 중도사퇴했지만 박 후보가 매달린 단일화는 거절했다.
 
박 후보도 당내 조직 기반의 한계를 인정하고 향후 자신의 정치적 행보도 이러한 점을 극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박용진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고 할 수 있는 당내 조직 기반 그리고 동료 의원들과의 스크럼 이런 부분들을 열심히 해달라고 하는 요청과 촉구는 많이 듣고 있다"며 "저의 이후 진격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향후 박 후보가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새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뜻을 같이하는 다수 의원들과 연대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일원 대표는 "예전처럼 특정 계파에 소속되거나 계파를 만들거나 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은 안 된다"면서도 "민주당의 새로운 비전을 탐구하고 거기에 뜻을 같이하는 의원 모임을 하는 것은 응원할 일"이라고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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