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대전·세종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주말(13~14일) 전당대회 2주차 지역순회 경선에서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당대표는 이재명)으로 대세론을 굳혔다. 전당대회 반환점을 돈 15일, 강훈식 후보의 갑작스런 사퇴로 자연스럽게 박용진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지만 변수가 되기에는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은 후반전도 '이재명의 시간'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이 후보는 14일까지 지역별 권리당원 누적 득표율 73.28%를 기록해 박용진 후보(19.90%)와 강훈식 후보(6.83%)를 여유 있게 제쳤다. 두 사람의 득표율을 합쳐도 26.73%로, 이 후보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이 후보는 1주차 순회경선(74.15%)부터 압도적으로 치고 나가며 당내 이견을 잠재웠다. 97그룹 주자인 박용진, 강훈식 후보는 단일화에 대한 이견마저 드러낸 상황. 압도적 표 차에 단일화 무용론이 제기된 끝에 충청권 성적표에 실망한 강 후보가 후보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앞서 1주차 경선지였던 강원(74.09%), 대구(73.38%), 경북(77.69%), 제주(70.48%), 인천(75.40%)에서 모두 득표율 70%를 넘었던 이 후보는 이번 2주차 경선에서도 강 후보의 지역구 아산을이 속한 충남(66.77%)을 제외한 울산(77.61%), 경남(75.53%), 부산(73.69%), 충북(74.09%), 세종(76.22%), 대전(73.84%)에서도 7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고른 지지를 얻었다.
당심뿐만 아니라 민심도 이 후보에게 쏠렸다. 1차 국민여론조사에서 무려 79.69%의 지지를 얻으며 박 후보(16.96%)와 강 후보(3.35%)를 압도했다. 이번 전당대회부터 비중이 기존 10%에서 25%로 늘어난 국민여론조사 최대 수혜자는 예상대로 이 후보였다.
14일 오후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대전·세종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들이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재명, 박용진, 강훈식 후보.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국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여론조사 5%, 국민 여론조사 25%를 더해 당대표 1인, 최고위원 5명을 뽑는다. 당심 75% 대 민심 25%의 구조다. 친문 등 비명(비이재명)계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대의원 투표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확대명' 구도라면 변수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변수로 예상됐던 97 주자 간 단일화가 강 후보의 사퇴로 어렵사리 이뤄졌지만 이미 반환점을 돈 만큼 때 늦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후반전도 이 의원의 대세론만 입증하는 시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주차까지 독주 체제를 굳힌 이 후보는 15일 광주·순천·목포를 찾으며 호남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민주당은 오는 20일 전북, 21일 전남·광주에서 3주차 권리당원 순회 경선을 실시한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4일 충북 청주시 CJB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후보의 거침없는 독주에 비명계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 후보에 대한 국민적 비호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각종 사법 리스크마저 현실화될 경우 당이 모든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이 후보 측의 각종 해명이 도리어 의혹만 키운 점도 주목했다. 그럼에도 이 후보를 향한 비판은 강성 지지층 '개딸'(개혁의 딸)에 의해 원천봉쇄되는 등 극단적 팬덤정치의 위험만 커졌다고 주장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15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전대는 처음부터 불공정 경쟁"이라며 "지금이야 지지를 받겠지만, 얼마나 오래 가겠느냐"고 말했고, 또 다른 의원은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 집단광기 수준"이라며 "윤석열 대 이재명이 되면 또 다시 극단적 대결논리만 판을 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역시 같은 입장의 한 의원은 "지금 민주당 지지율은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 실정과 내홍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이재명 당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다"며 "우리가 착각 속에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내민 호남 출신의 송갑석 의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서 한 가지 시각, 또 비슷한 정치적 견해만을 가진 사람들로 지도부가 구성된다면 그 지도부가 객관적이고 옳은 결정을 하는 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최고위원까지 친명계가 장악한 전당대회 흐름을 경계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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