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먹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내성이 생길 우려가 있어 여러 약을 동시 복용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 치료제 개발 기업들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의 다제요법을 검토하고 있다.
9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 팍스로비드는 지난 3일 기준 약 30만명에게 처방됐다.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중증 이전 단계의 환자가 복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로 체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이 약을 복용하려면 증상이 나타난 지 5일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화이자와 80만명분 추가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팍스로비드를 최우선 코로나19 치료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임상시험 3상에서 중증·사망을 약 89% 방지하는 등 다른 치료제에 비해 높은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부작용 우려가 크지 않은 점도 팍스로비드 장점 중 하나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긴급사용승인을 발표할 당시 배포한 자료를 보면 팍스로비드 부작용으로 미각 이상, 설사, 혈압 상승, 근육통 등이 관찰됐다. 다만 대부분 경미한 부작용이었다.
서울 시내 한 약국에 코로나19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가 놓여있다. (사진=뉴시스)
단기적으로 보면 팍스로비드는 큰 단점이 없는 코로나19 치료 수단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내성이 생겨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치료 옵션의 내성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결핵과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이 대표적이다.
가장 일반적인 결핵 치료법은 이소니아지드, 리팜핀, 에탐부톨, 피라진아미드 4가지 약물을 두 달간 매일 복용한 후 피라진아미드를 제외한 3가지 약물을 4~7개월까지 추가로 복용하는 표준 단기 화학요법이다. 이 같은 방식의 치료법은 결핵균의 수를 치료 초기에 급속히 감소시켜 약제 내성균의 출현 기회를 뺏고, 대식세포 내 결핵균이나 서서히 증식하는 균을 박멸하기 위해 시행된다.
에이즈의 경우 항레트로바이러스제 3제 병용요법이 가장 많이 쓰인다. 질병관리청 설명을 보면 3제 병용요법은 약효를 높여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내성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결핵과 에이즈를 예로 들면서 코로나19 치료제 역시 경우에 따라 함께 복용하는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자문했다.
그는 "결핵이나 에이즈처럼 한 가지 항바이러스제로 치료가 되지 않는다면 다제요법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온다"며 "단일 약제만 쓰면 내성이 잘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도 두고 봐야 알겠지만 바이러스가 워낙 변이를 잘 일으키는 만큼 팍스로비드 내성 바이러스 출현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두 종류의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등의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들 역시 항바이러스제의 장기 내성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쳐 자사 치료제가 쓰이게 되면 다제요법 추진도 고려한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한 업체의 관계자는 "기존 항바이러스제를 많이 사용하면 내성이 생기고 몸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항바이러스 제제를 복합적으로 사용해 복용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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