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여야가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까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놓고 격론을 펼쳤다. 민주당은 국가경찰위원회를 통해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할 수 있음에도 새로운 대통령령을 제정하는 것을 경찰 장악 시도라고 의심했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점을 들어 경찰에 대한 정부의 통제 필요성을 역설하며 맞섰다. 다만 ‘쿠데타’ 발언에 대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사과를 유도했지만 결국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국가경찰위원회는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고 심의·의결기구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법대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내각이든 정부든 국회의 역할이 아니냐”며 “경찰법을 무시하고 새로운 대통령령을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찰을 지휘하려 경찰국을 만드려는 것 아니냐”는 게 한 의원 주장의 핵심이었다.
이에 이 장관은 “경찰위원회가 작동이 잘 안되는 것이 아니라 법에 따른 권한이 없다”며 “법 개정 전에는 실질적으로 귀속력 있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어 “각료를 통하든 경찰위원회를 통하든 세상에 경찰이 독립된 나라는 없다”며 경찰에 대한 통솔권을 강조했다. 또 문재인정부에서 내린 유권해석을 따랐을 뿐이라며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이 장관은 “2019년 지난 정부의 법제처에서 그렇게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라며 “자문위가 아니면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해야 하는데 합의제 행정기관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고 했다.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자, 이를 지켜보던 여야 의원들 간에는 중간 중간 고성이 오가며 대치하는 장면도 펼쳐졌다. 특히 한 의원이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질의를 이어가자 국민의힘 측에서는 “마이크가 꺼졌는데 그만하시라”고 외쳤고, 민주당에서는 “경찰을 장악하면 안 된다. 장관은 정신 똑바로 차려라” 등과 같은 경고성 발언으로 제지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이 장관의 ‘쿠데타’ 발언에 일선 경찰들에게까지 반발이 확산되자 사태 수습에도 애를 썼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 장관이 총경회의와 관련해 언급하면서 수위 높은 발언을 해서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경찰들이 사기가 저하되고 마음이 상했다고 한다”며 사과를 유도했다. 그러자 이 장관은 “지금 이 시간에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경찰에 존중과 경의, 치하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저는 묵묵히 일하고 있는 경찰에 대해서 비판이나 폄하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대 입장이 표명됐다. 이에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는 한편 참여한 총경들에게는 감사가 진행됐다. 이 장관은 주말을 지난 25일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규정, 일선 경찰들의 반발을 샀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국가의 기강 문란”이라고 이 장관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국무회의 의결로 속전속결 처리에 나서 향후 있을 추가 반발을 무력화했다.
이 장관은 “(쿠데타 발언은)지극히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일부 서장 내지 총경들의 무분별한 집단행동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지, 성실히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하는 대부분의 경찰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며 "이 자리를 통해 오해를 풀어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끝내 직접적인 사과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 방역을 두고서는 여야가 서로 자신들의 공치사에 바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석열정부는 코로나19 위기대응위원회를 발족해 정책 실행 전 자문을 구하고 있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중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전문적 모습을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은 해당 위원회에 참여한 위원들 대다수가 문재인정부에서 활동하던 이들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문재인정부의 성과’를 자신들의 공로로 바꿔치기 한다고 반박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대응위원회가)문재인정부 당시 질병관리청 산하에 두던 자문위원들 아니냐”며 “이들이 비전문가인 한 총리에게 이중 자문을 하는 것으로 옥상옥인데, 이것이 윤석열정부가 자랑할 만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이날 대정부질문이 사실상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청문회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경찰국 신설 등 굵직한 현안에 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장관은 총 11명의 질의자 중에서 5번째인 서동용 민주당 의원에 이르러서야 질문을 받았다.
서 의원은 “의원실에서 확인해보니 한국행정학회뿐 아니라 한국정치학회도 논문에 대해 연구부정을 하고 논문 제출 금지 판정을 했다”며 논문표절 논란을 지적했다. 이에 박 장관은 “두 논문 모두 제가 자진철회한 것”이라며 “보통 그 당시 박사학위 논문과 내용이 중복되지만 보편적으로 많이 저널에 게재했다”고 해명했다. 또 자신의 자녀 입시 의혹에 대해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앞서 지난 2011년 한국행정학회는 박 장관이 1999년 투고한 논문의 내용의 약 75%가 겹친다며 등재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이런 사유로 박 장관은 2013년까지 논문 투고 금지 징계까지 받았다. 박 장관은 그간 ‘투고 금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외에도 박 장관은 만취 음주운전 전력과 조교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민주당으로 부적격 낙마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국회 공전을 이유로 박 장관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박 장관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해온 야당과 교육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박 장관은 지난 2001년 만취 상태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지만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또 논문 표절 및 중복 게재 의혹과 함께 서울대 공공성과관리연구센터장 시절 조교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도 더해졌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임명식에서 박 장관에게 "언론의, 또 야당의 공격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언급해 논란을 키웠다.
임명 이후인 지난 8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43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68.7%는 박 장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21.2%에 그쳤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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