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비상장사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상장 주관에 나선 일부 증권사들에 대한 '셀프 상장'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해당 증권사 모두가 수익을 거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일각에서는 증권사의 엇갈린 수익률이 오히려 셀프 상장시 발생할 수 있는 고평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한투·신금투, 세빗캠·WCP 자기자본 투자로 '대박'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내달 상장하는 새빗켐 투자로 약 40억원의 평가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상장 주관 계약을 맺은 뒤 새빗켐 주식 16만주를 사들였다. 당시 주당 매입 단가는 6600원, 총 10억5600만원이었다. 새빗켐의 확정 공모가는 3만원으로, 공모가 기준 평가 수익만 4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8월 상장하는 기업공개(IPO) 대어 더블유씨피(WCP)에 미리 투자한 신한금융투자도 큰 차익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신금투는 WCP를 주당 1만7266만원에 28만9586주를 전환사채로 매입한 뒤 보통주로 전환해 보유하고 있다. 공모가가 희망 밴드(8만~10만원) 상단인 10만원으로 결정된다면 평가수익이 239억여원에 달한다. 공동 주관사인 KB증권 역시 25만5394주를 주당 7만8310원에 매입했다. 공모가 상단 기준 얻게될 평가수익은 55억여원이다.
반면 NH투자증권은 투자 손실이 우려된다. 오는 28일 상장하는 에이프릴바이오는 작년 상장주선인인 NH투자증권이 취득한 주당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NH투자증권은 작년 8월 주당 2만1788원에 에이프릴바이오 9만1790주를 매입했으나, 공모가가 희망 밴드(2만~2만3000원) 하단보다 낮은 1만6000원에 결정됐다. 공모가 기준 5억여원의 평가손실이 나게 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1일 상장한
루닛(328130)에도 약 30억원을 선제 투자했는데, 공모가 기준으로 약 3억원 수익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셀프 상장을 통해 IPO를 진행한 기업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모든 증권사가 IPO 기업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로 이익을 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 "이해충돌 방지 법적제도·내규 따른다"
법적으로도 셀프 상장은 촘촘한 규정이 마련돼 있어 이해상충 관계에서 고평가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법적으로 5% 이하의 보유 지분이라면 이해관계가 없는 자로 분류하기 때문에 상장 주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해관계가 있는 자'란 기본적으로 상장주선자가 발행회사의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고 있거나 증권사 임원이 1%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등을 일컫는다.
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해당 발행회사의 주식 등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금융투자회사와 공동으로 주관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있는 증권사의 주관이 공모가에 개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시 제도나 협회의 인수 규정, 거래소 상장 규정 등도 일반투자자와의 이해관계 상충을 최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26조에 따르면 상장주선인이 상장예비심사 신청일 이전 6개월 이내에 주식을 취득한 경우 6개월 의무보유해야 한다. 다만 취득가격과 공모가격의 괴리율이 50% 미만인 경우에는 1개월 보유 의무로 줄어든다. 또한 상장예비심사 신청일 전 2년 이내에 주식을 취득했다면 상장 후 1개월까지 보유 의무가 생긴다. 증권사가 전문투자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다른 벤처캐피탈(VC)와 같은 기간을 적용받는다.
상장주선인이 규정에 명시된 이상으로 자발적으로 의무보유확약을 걸기도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큰 차익이 예상되는 새빗켐 주식을 자발적으로 6개월 간 팔지 않겠다고 의무보유확약을 걸었으며, 신한금융투자도 규정상 의무보유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나 WCP 보유 주식에 대해 3~6개월 의무 보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밖에도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에 기업은 반드시 관련 사항을 기재하도록 돼있다. 금융감독원이 배포하는 기업공시서식작성 기준에선 '실무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을 경우 관련 내용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토록 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규정 외에도 증권사 자체적으로도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내규가 있으며, '셀프상장'이라 해도 거래소의 심사 등 상장 허들을 넘어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