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정부가 100년 전통의 장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1조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나 ‘부의 대물림’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독일이나 일본처럼 제대로 된 장수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명가의 기업성장과 부자세습이라는 양대 측면에서 사회적 논의와 부작용 차단이 전제돼야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가업승계 지원을 골자로 한 '2022년 세법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원활한 가업승계 지원 방안으로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인 가업상속공제는 매출엑 4000조 미만 기업에만 적용됐다. 하지만 내년 1월 1일 상속부터 매출액 1조원 미만 기업으로 풀어주겠다는 취지다.
가업영위기간에 따른 공제한도는 △10년 이상 기준, 200억원에서 400억원 △20년 이상 기준 300억원에서 600억원 △30년 이상 기준,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2배 늘어난다. 피상속인 지분 요건은 지분 50%(상장법인은 30%) 이상 10년 보유에서 지분 40%(상장법인은 20%) 이상 10년 보유로 완화된다.
사후관리 기간도 7년에서 5년으로 줄어든다. 업종 변경 범위도 표준산업분류 기준 중분류 내 변경 허용에서 대분류 내 변경 허용으로 바뀐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는 식료품 제조업에서 음료 제조업으로 업종 변경이 불가했지만 가능하게 문호를 열어준다는 것이다.
고용 유지 의무도 정규직 근로자 수 80% 이상 또는 총 급여액의 80% 이상 유지 조건이 삭제되는 등 요건을 완화한다. 가업용 자산의 20%(5년 내 10%) 이상 처분 제한도 40% 이상으로 대폭 완화된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도 1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으로 10배 확대된다. 구체적으로는 가업영위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 400억원, 20년 이상인 경우 600억원, 30년 이상인 경우 1000억원 과세특례 한도가 설정된다. 아울러 가업승계 증여세 기본 공제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고 20% 세율 적용 과표 구간도 30억원에서 60억원으로 상향한다.
가업을 승계할 때 상속세와 증여세 납부를 유예할 수 있는 제도도 신설된다. 중소기업 대상으로 가업 승계를 받은 상속인이나 수증자가 양도·상속·증여하는 시점까지 상속·증여세 납부를 유예받을 수 있다. 다만 납부유예와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가업상속재산 비율에 상관 없이 연부연납기간을 20년으로 단일화한다. 거치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 돼 10년 거치, 10년 분할납부가 가능하다.
하지만 가업상속제도가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악용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는 "이런 식이라면 상속세 제도가 형해화 될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하려면 상속세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하는 게 낫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업상속제도를 잘 이용하면 사실상 상속세 제도를 회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제도를 마련해서) 왔는데 대상을 넓히니 같은 논란이 반복된다. 가업승계제도는 기업이 유지되면 고용이 유지된다는 측면에서 마련된 제도이기 때문에 도입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대상 확대 등) 혜택을 줬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좀 더 명확히 해줬으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데 거기에 더해 20% 할증평가까지 하면 주식에 대한 상속세 부담이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라고 폐지 배경을 설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오랫동안 기업을 소유하고 운영한 분들에게 가업승계 길을 대폭 열어드리면서 지속적으로 세대 간 기술 이전, 자본 이전, 투자와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며 "가업승계와 관련해서는 세 부담을 대폭 완화하고 세대 간 기술과 자본 이전을 활성화 해 투자와 일자리 창츨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경제학자는 “우리나라는 독일이나 일본처럼 장수기업이 나오기 힘든 구조다. 이는 진정성 있는 명인의 가업 대물림보단 부자세습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며 “그런 인식을 사실상 재벌 기업들이 만들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고 부자세습을 차단할 안전장치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피상속인의 영농 종사 기간 요건을 기존 2년에서 10년으로 상향 조정하고 영농상속공제 한도를 30억원으로 확대한다. 자녀가 부모로부터 창업자금을 증여받아 중소기업을 창업한 경우 증여세 일부를 안내도 되는 창업자금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는 30억원에서 50억원으로 확대된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2022년 세법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사진은 기업 빌딩들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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