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부동산 비리 의혹을 고발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권보람 참자유청년연대 사무처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패소했다. 이 의원은 안 소장과 권 사무처장이 의혹을 제기하던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발표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의원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6일 부산지법 민사11부(재판장 전우석)는 이 의원이 안 소장 등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지난해 3월 안 소장과 권 사무처장 등은 부동산 비리 의혹이 제기된 이 의원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전봉민 무소속 의원 등을 이해충돌 비리와 직권남용,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내면서, 이 의원이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 주변 순환도로 공사의 개설계획에 의도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송정해수욕장 주변 등 관광지 개발 목적상 송정해수욕장 순환도로의 공사는 필수적”이라며 “실제로는 순환도로가 중간에 끊어져 있고 도로 이용자들의 혼선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또 “약 170미터만 연결하면 순환도로가 완성돼 도로를 이용하는 국민 편익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며 “토지 소유자인 이 의원과 가족들은 토지의 막대한 재산상 이익이 걸려있다는 점에서, 2014년 3월경 부산시의원으로 시정 질의를 진행하면서 순환도로가 포함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해제를 촉구하는 의정활동을 전개했다”고 비판했다. 도시계획시설 지정은 2020년 7월 결국 해제됐다.
이밖에도 이들은 이 의원이 21대 국회의원 당선 후 등록한 재산과 총선 선거공보물에 적은 재산이 다르다며, 총선 후보 등록 시 재산을 축소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총선 선거공보물에는 26억2000여만원을 기재했는데, 당선 후에는 36억8363만원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또 복지단체인 연제이웃사랑회 임원진들 대다수가 이 의원 선거캠프 구성원들이라며, “연제이웃사랑회는 이 의원의 선거조직에 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선거가 있는 기간에 이 단체에 긴급지원의 인원을 증가시켰다”며 “연제이웃사랑회를 이용한 금권선거라는 의혹을 짙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송정해수욕장 순환도로의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시정질의에 관해서는 “시민들의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불필요한 도시계획시설이라면 해제하고, 필요한 시설이라면 예선을 적극 확보해 추진하라는 원론적 질의에 불과했을 뿐 이해충돌 행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소유한 토지의 도시계획시설도로 지정이 해제된 건 해운대구청의 판단에 의한 것이지 특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을 두고는 “고의로 누락한 게 아니라 재산신고를 담당했던 실무자가 해당 업무에 미숙해 발생한 것”이라며 “부산지검이 수사해 혐의없음으로 종결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연제이웃사랑회 관련 의혹에 관해서도 “선거기간 중 긴급지원을 대폭 증가시키지 않았다”며 “2020년 청기지원이 축소되고 긴급지원이 확대된 건 코로나로 인해 갑작스레 생활위기에 처한 가정이 증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안 소장 등의 의혹제기가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의원이 시의원 재직 중, 소유한 토지가 포함된 도시계획시설 부지의 지정해제를 요구하는 이해충돌 행위를 했는지는 국민의 감시기능이 필요한 공적 영역”이라며 “단정적 표현이 아니라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었던 점에 비춰 악의적이거나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이 의원은 지방의회의원으로서 직무수행과 관련해 사적 이익추구를 해선 안 되고 직무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을 피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해야 하는 고위공직자”라며 “부산시의원 지위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시정질의를 한 것은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은 부적절한 행위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산 축소 신고 의혹에 관해서도 이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바쁜 선거 일정으로 실무자 실수를 꼼꼼히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고위공직자 재산 보유현황은 축소신고되지 않도록 작성·제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안 소장 등의 의혹제기가, 이 의원의 신고 누락이 고의 범행임을 단정하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연제이웃사랑회에 대해서도 안 소장 등의 표현은 수사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허위사실을 표현한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이 의원 측은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 의원은 “시민단체는 언론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하지만 제3자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또 그러한 내용 중 거짓된 게 있다”며 “항소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안 소장은 “모두 근거가 있는 의혹제기라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며 “이 의원은 민·형사상 고소·고발 남발한 것을 사과하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0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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