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표 납품단가연동제에 중기 "의무 근거 마련돼야"
원자재 가격 인하시 방안 등 부작용 우려 목소리도
2022-07-13 16:53:29 2022-07-14 09:38:11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올해 하반기부터 납품단가연동제 시범 운영을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중소기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다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실제로 시행해 봐야 알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3일 서울 팁스타운에서 열린 창업·벤처 정책나눔 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중기부 장관은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중소기업 대상 핵심과제로 납품단가 정상화를 가장 먼저 내세웠다. 중기부는 중소기업의 성장 동력을 좀먹는 불공정 납품단가 관행을 정상화하기 위해 원자재가격, 임금 등 비용 증대에 맞춰 납품단가가 정상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의견을 들어보면 중기부가 납품단가연동제를 업무보고에 넣고 시범운영까지 하는 것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자율로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어떻게 반영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주요 원자재 가격이 적게는 30%, 많게는 2배, 3배 뛰었는데 이 가격상승분을 모두 중소기업이 감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납품단가연동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수익률이 크지 않기 때문에 납품단가를 조정해서 지금의 어려운 환경을 헤쳐 갈 수 있도록 대기업이 협조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하청 입장에서는 대기업에게 조정을 요구하기가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조정협의회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의무 없이 조정을 요구했다가 보복을 당하는 쪽은 하청업체다.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올해 하반기에 업계·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표준약정서를 마련하고 시범운영을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납품대금 조정협의 대행 신청요건을 완화하고, 조정 실적이 우수한 위탁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대행 신청요건 완화와 관련, 위탁기업이 대기업일 경우엔 ‘납품대금의 3% 이상 인상’ 등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대행 협의가 가능하다.
 
이 장관은 13일 열린 '창업·벤처 정책 나눔 협의회'에서도 납품단가연동제를 연급하며 법제화를 통한 강제적인 수단이 동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행 첫해에는 자율권에 맡기면서 운영하고 품목별 법제화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우선 이번 달 말에 납품단가연동제 표준약정서를 마련하고 다음 달부터는 20~30개 중소기업·대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운영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납품단가연동제 시행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장관은 법안보다 앞서 납품단가연동제가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서로가 합의될 수 있는 지점에서 납품단가연동제가 현실적으로 작동되길 강력하게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납품단가연동제는 수년에 걸쳐 필요성이 언급됐으나 매번 실효성 문제에 직면했다. 강제 요건이 없어 하청업체는 강력하게 권리를 주장하지 못했고 대기업 역시 참여에 소홀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원자재 가격이 심각한 수준으로 급상승하면서 납품단가연동제는 영세한 중소기업의 생사와 직결되게 됐다.
 
전문가들은 납품단가연동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시행 방법에 대해선 의견차를 보였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납품단가연동제의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 교수는  "중기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률이 높으니 납품단가연동제가 힘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총론으로는 괜찮은데 각론에 들어가면 꽤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원자재가격이 인하되면 납품단가연동제에 의해 가격을 내릴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1차 협력사와 2차, 3차, 영세 중소기업까지 납품단가연동제가 연동될 수 있을지도 살펴봐야 한다"며 "납품단가연동제로 국내 하청업체의 납품가가 높아지면 외국기업과 거래하거나 사업장을 이전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납품단가연동제를 권고사항으로 두고 납품단가연동제를 이행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반면 이의준 중소기업정책개발원 규제혁신센터장은 "대·중소기업간 문제는 시장경제에만 맡겨서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납품단가 연동제가 대두됐다. 남품단가위원회 등 제3 기구를 만들어서 납품단가 연동제를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조정에 협조하는 대기업에게 혜택을 주되 반대로 조정에 부실한 경우 패널티도 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주창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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