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탄 '납품단가 연동제'…"기업 자율 어려워, 중기 부담 덜어야"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납품단가 '을' 부담
2012년보다 납품단가 조정 상황 악화
취지 동의하나 자율적으로 해결 주장도
"연동제 필요, 수급사업자 어려움 고려해야"
2022-06-15 17:28:32 2022-06-15 17:28:32
[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납품단가 연동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중소기업 부담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5일 정치권과 관가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납품단가 연동제를 골자로 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개정안을 9일 발의, 관련 제도 도입에 적극적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한 내용의 상생협력법·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현행 하도급법상 납품단가조정협의제(납품단가조정협의의무제)는 도입 10년이 넘었지만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갑을 관계에 놓인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납품단가 조정을 요청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4월부터 5월까지 약 한 달 동안 납품단가 조정실태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42.4%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일부라도 납품단가에 반영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57.6%였지만 이 중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전부 반영됐다'고 답한 비율은 6.2%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2010년에도 남품단가조정협의제도 실효성 점검을 위한 실태조사를 시행했다. 당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제품가격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응답은 25.6%였다. '신청한 금액을 모두 증액받았다'고 답한 업체는 45.1%였다. 12년 전에 비해 상황이 더욱 나빠진 것이다.
 
홍보나 교육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실태조사 결과 수급사업자가 조정협의를 직접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한 응답자가 54.6%를 차지했다. 조합을 통해 대행협상을 할 수 있는 사실을 '모른다'고 답한 수급사업자도 76.6%에 달했다.
 
중소기업계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주된 의견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2일 발표한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위한 중소기업 의견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67%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할 가장 효과적 수단으로 납품단가 연동제를 꼽았다. 55%의 기업이 법제화로 납품단가 연동제를 의무 시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수급사업자가 조정협의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로 △거래단절·경쟁사로 물량전환 우려(40.5%) △조정을 요청해도 원사업자가 거절할 것 같아서(34.2%) △법적으로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지 몰라서(19.0%) △이미 조정되었거나 조정 예정이라서(13.1%) 등으로 공정위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에 대한 우려도 있다. 원자재 가격 10% 상승을 납품가격에 반영할 경우 국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대기업의 수요는 1.45% 줄고 해외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가 1.21% 증가한다는 게 한국경제연구원 측의 논리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격 상승을 반영한다고 했는데 그 가격이 어느 기준이냐에 따라서 (조정되는) 가격이 달라질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수급사업자와 원사업자가 합의할 수 있는 인상률을 책정하기 쉽지 않다. 이해관계자 사이 소모적인 논쟁도 많이 생길 것"이라며 "연동제 도입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이런 문제는 법으로 규제할 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창석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납품단가조정제는 물가가 오르면 납품단가를 조정할 수 있게 한 제도로 물가가 조금 올랐을 때는 조정제를 통하면 된다. 하지만 갑자기 원자재 가격이 10%, 20%씩 오르는 등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오를 때는 연동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납품단가 조정을 하고 있다면 연동제가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납품단가조정제는 중소기업이 알아서 조정을 신청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 현실적으로 다음 계약 같은 걸 고려하면 신청하기도 어렵다. 연동제가 들어간 약정서(표준계약서)를 쓰라는 게 (연동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5월부터 조정협의제도 보안과 전담대응팀을 신설하고 납품단가 조정실태를 파악하는 등 납품단가 조정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4월 설치된 납품단가 조정 신고센터 제보 등을 토대로 위법행위를 수시 점검하고 위법 혐의가 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납품단가 연동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중소기업 부담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사진은 컨테이너 화물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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