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식당에서 밥 먹을 때, 주유할 때, 마트에서 장 볼 때 물가 상승을 체감한다", "앞으로 더 오를 여지가 많다는 게 큰 문제 같다", "싸구려 음식으로 식단 채운 지 오래됐다", "술은 이제 집에서만 먹어야 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6%를 기록하면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치솟는 물가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된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가 7.4%까지 치솟았다. 더불어 전기·가스요금 인상, 국제유가의 공급 불안 가중, 장마·폭염 등 계절 요인, 개인서비스 가격 인상 등 변수로 7~8%대의 물가 상승률까지 점쳐치고 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식료품, 음료, 주류, 생활용품, 교육, 교통 등을 포함한 6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4%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1998년 11월(10.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품목별로 보면 경유는 50.7%, 식용유 40.3%, 무 40.0%, 감자 37.8%, 배추 35.5% 등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이달부터 인상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도 적잖은 부담이다. 1일부터 전기요금은 kWh당 5원 가스요금은 MJ 당 1.11원 인상한 바 있다. 이는 6월 물가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오는 10월에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다.
장마·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가격도 예사롭지 않다. 이날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전국 도매 시장 평균 가격은 시금치가 4kg당 190%, 적상추 248%씩 평년보다 급등했다. 애호박 187%, 열무는 88% 가량 뛰었다.
국제 유가에 대한 전망도 불안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분석을 인용한 외신 내용을 보면,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원유 공급을 감산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380달러(약 49만32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재 원유 가격은 배럴당 110달러로 최악의 경우 3배 이상 급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6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9.6% 급등한 상태다.
이날 전국 기준으로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2117원, 경유는 21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액화석유가스 (LPG)는 1101원이다. 반면 고유가·정제마진으로 정유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통계심의관은 "만약 이런 상승 속도를 유지한다면 7%대 (물가 상승률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관련해 "앞으로도 물가 오름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경기침체 우려 확산 등으로 향후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나 단기간 내 고유가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아시아·태평양 3분기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증가했고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러시아의 보복 감산 가능성에 대해 "국가 사이에 죽기 살기로 싸우는 과정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고 할 것이다. 정치적인 문제라서 (보복 감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7%대 물가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7%대를 넘어 8%대의 물가 상승률 압박까지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팀장은 "공공요금 인상도 남아있고, 특히 전기료의 경우에는 산업이나 가정의 생활물가 부분에 광범위하게 영향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물가 상승이 상당히 우려된다"고 조언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식료품, 음료, 주류, 생활용품, 교육, 교통 등을 포함한 6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4%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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