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테슬라가 올해도 연이어 가격을 인상하면서 테슬라발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 여파가 완성차 업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현대차(005380)·
기아(000270)는 물론 수입차 업체들은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 인상에 열을 올린다. 가뜩이나 차량 출고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식변경 모델 출시로 더 비싼 돈을 내고 차량을 인수해야 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달 초 모델Y 롱레인지 가격을 8949만원으로 인상했다. 지난 3월 8649만원으로 오른 지 약 2개월 만이다.
테슬라 모델Y.(사진=테슬라)
앞서 지난 1월 7989만원에서 3월 11일 8189만원으로 오른 뒤 나흘 만에 8499만원으로 인상되더니 다시 150만원이 오른 바 있다. 지난해 2월 6999만원에 출시된 모델Y 롱레인지는 1년 만에 2000만원 가까이 뛰었다.
모델3 롱레인지도 7429만원에서 450만원이 오른 787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3월 6979만원에서 7079만원, 그리고 7429만원으로 오르는 등 올해만 벌써 네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2019년 출시 당시 6239만원에서 1600만원 넘게 올랐다.
차량용 반도체 구하기가 여전히 어렵고 배터리 원자재 등 제조원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는 점이 인상 요인으로 지목된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늘면서 배터리 수요가 늘었고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리튬 등의 가격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니켈은 최대 생산국이 러시아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니켈 값이 폭등했다.
테슬라 측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과 원자재 가격 상승,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에 따른 가격 인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비슷한 제조 환경에 놓여 있는데 유독 테슬라만 큰 폭의 가격 조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완성차 업체들은 통상 연식변경,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등에 맞춰 가격을 올린다. 매달 가격 변동 폭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업계 관계자는 "수시로 가격을 인상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본다"며 "기존 완성차 업체와 가격 운영 방식이 다른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가격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신변경 후 차랑 가격 인상.(표=뉴스토마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1일 2022년형 그랜저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최대 192만원 올렸다. 연식변경은 통상 20만~30만원 오르는 게 일반적인데 업계에선 이번 그랜저의 가격 인상 폭을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본다. 현대차 아반떼(스마트 트림)도 1599만원에서 1751만원으로 152만원 올랐다. 인상률로는 9.5%에 달한다.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E250 AV의 경우 지난해 6450만원에서 올해 연식 변경 이후 6730만원으로 280만원 올랐고 아우디 A6 40 TDI는 227만원 오른 6744만원에 이른다.
결국 신차 출고 대기기간 중 해당 차종의 연식이 변경되면 계약자가 추가금을 부담하고 차량을 인수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출고 대기기간은 길어지고 가격도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식변경 모델은 완전변경(풀체인지), 부분변경 모델과 달리 디자인과 성능에 큰 변화가 없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변화 체감도가 높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원자재 가격 상승, 국제 정세 악화 등의 이유로 올해 차량 가격이 전년 대비 평균 3~5% 증가했다"며 "계약 당시 소비자들과 약정한 금액으로 차량을 인도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카플레이션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하반기 1차 공급난, 지난해 중순의 2차 공급난 여파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어 완성차 기업은 적기 생산·판매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완성차 기업은 판매량 감소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덜기 위해 연식변경과 함께 차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며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 소재 원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가격의 급격한 인하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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