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이행법의 '독'③)"양육비 안 주는 것은 아동 유기·학대"
감치명령 실효성 위한 법 개정 계류 중
감치대상 미지급 연한 '30일로 축소' 의미 있어
독일 등 선진국 양육비 대지급제 안착
전문가들 "아동 복지에 대한 인식 개선이 먼저"
2022-05-12 06:00:00 2022-05-12 0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된 '양육비 선지급제' 공약은 사실상 파기 수순을 밟았다. 양육비 선지급 규모, 선지급 가능 시기, 지급 기한과 상한 금액 등 논의돼야 할 과제가 많지만 정작 110대 국정 과제에 오르지 못했다.
 
양육비 선지급제 공약이 나왔다는 사실은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는 묘수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양육자는 생업까지 책임지는 경우가 많아서 시간과 비용이 드는 감치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양육자가 당장의 생계를 보장 받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양육비를 주고 그 비용을 비양육자에게 추징하는 선지급제가 거론된 것이다.
 
해외에서는 선지급제를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독일은 만 12세를 기준으로 그 미만은 전액, 그 이상은 저소득층 등 조건부로 지급한다. 프랑스와 덴마크에서도 각각 18세 미만, 21세 미만의 자녀에게 양육비를 선지급한다. 미국의 경우는 선지급제도가 없지만 3달 이상 양육비가 연체되면 미지급자의 직장에 통보가 가게 돼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지급제 공약은 이전 정부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당시 정부가 출범하고 그 해 7월 선지급제는 예산 등을 이유로 '양육비 이행강화'로 축소됐다. 보편적인 지원으로 가정했을 때 드는 예산이 1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양육비 이행 강화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 신상 공개와 출국금지 등의 제재를 담은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이다. 지금도 법무부는 꾸준한 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채무자에 대한 감치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가사소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양육비이행법상 감치 관련 규정은 가사소송법 해당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감치 명령 기준은 양육비 지급 의무자가 양육비 이행명령을 받고 90일 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가능하다. 이를 개정안을 통해 30일 이내로 줄인다는 것이다. 재판 중에도 양육비를 지급하게 하는 사전처분에도 집행력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개정안은 국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내달 13일 국회에 최종 제출된다.
 
그러나 부족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더욱 강력하게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육비 사건을 많이 다루고 있는 남성욱 법무법인 진성 변호사는 "감치 명령 기준이 되는 기간이 단축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실효성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는 대지급제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지나친 사적 제재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 형벌의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도 국회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양육비 미지급이 아동에 대한 유기라는 사회적 인식이 잡히면 미지급을 줄이려는 노력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한부모연합 회원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한부모 가족의 날 맞이 기자회견을 열고 양육비정부선지급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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