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임기 마지막 정례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으로 불리는 검찰개혁 법안을 의결, 공포했다. 관심을 모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 단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두 개의 검찰개혁 법안을 의결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 걸음 더 나아간 이유"라고 진전된 검찰개혁을 평가했다.
당초 청와대는 국무회의를 오전 10시에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국회 일정을 감안, 오후 2시로 연기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30일 검찰청법 개정안에 이어 이날 오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 이송 절차를 밟아 이날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치면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찰개혁 입법이 모두 완료됐다. 국무회의 의결 이후 관보 게재로 공포 절차를 밟게 되고 공포 4개월 후인 오는 9월초 법안이 시행된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검찰개혁 법안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바탕으로 여야가 합의했던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검찰청법 개정안의 경우,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을 대폭 축소한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 직접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는 기존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2대 범죄로 축소된다.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4대 범죄 수사권에 대해서는 법안 시행 후 4개월 뒤 폐지하되, 선거 범죄의 경우 오는 6·1지방선거 등을 고려해 12월31일까지로 유예기간을 뒀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검찰의 별건수사를 금지하고 보완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에는 송치 사건에 대해 검사가 경찰에 한 시정조처 요구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또는 적법 절차 없이 체포·구속 정황이 있을 경우, 이어 고소인의 이의 신청이 있을 경우 검찰이 '동일성을 해치치 않는 범위 내'에서 보완수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전 교수 등에 대한 사면권은 행사치 않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사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정치적 부담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시민사회와 종교계에서도 사면 요청이 이어지자 문 대통령은 사면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제시했다.
청와대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이번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사면 단행 여부와 관련해 "현재 아는 바 없다"며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도 없다"고 전했다. 사면이 이뤄지려면 문 대통령 결심에 따라 법무부 사면심사준비위원회를 개최한 뒤 심사를 완료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법무부에는 사면심사위와 관련한 어떤 지침도 하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면에 대한 여론도 매우 부정적이었다. 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찬성 40.4% 대 반대 51.7%로 집계됐다. 김경수 전 지사 사면 역시 찬성 28.8% 대 반대 56.9%로 반대 의견이 많았고, 정경심 전 교수의 사면에 대해서도 찬성 30.5% 대 반대 57.2%로 반대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찬성 68.8% 대 반대 23.5%로, 찬성이 반대 의견보다 높았지만, 그동안 문재인정부에서 주장해왔던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사면 최소화 방침을 뒤집기에는 부족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고 이건희 회장을 원포인트 사면했던 전례를 답습할 경우 '삼성 특혜'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또 지난달 29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9.6%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김경수 전 지사, 정경심 교수 등의 사면에 반대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30.2%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해 2월1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오는 6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사면안을 의결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사면을 이유로 임시 국무회의까지 열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자칫 조국 사태가 재연될 경우 다가오는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으로서 주재하는 우리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라며 추가 국무회의 개최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사면 여부는 다음 정부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몫으로 넘겨지게 됐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약속했다. 다만 윤 당선인도 부정적 여론을 고려하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정치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풍이 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미 민주당은 새정부를 'MB 시즌 2'로 규정하며 압박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취임 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하더라도 지방선거 후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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