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인생 최대 쇼크"…'아미 도시' 된 라스베이거스
BTS 콘서트 전부터 전시·팝업 스토어 성황
25달러, 'MoMA' 수준에도 4만 티켓 매진
2022-04-09 19:00:00 2022-04-18 09:41:30
미국 애틀랜타에서 온 몰리 카피 씨.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45살, 미국 애틀랜타에서 날아왔습니다. BTS는 나를 젊게 만들어줘요.(BTS makes me younger!)"
 
8일 오전(현지시간) 11시 반쯤, 방탄소년단(BTS) 전시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이하 PERMISSION TO DANCE)’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AREA 15 / A-LOT' 입구에서 만난 몰리 카피 씨가 말했다.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 온 카피 씨는 "콘서트까지 포함해 BTS 관련 총 투어 비용으로 4000달러(400~500만원) 정도를 잡고 왔다"며 "중년의 나이에도 BTS와 그들 음악은 포용적이고 안락한 느낌을 끊임없이 주기 때문에 (투어비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 그들의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가 좋다"며 엄지를 치켜 들었다.
 
8일 오전(현지시간) 방탄소년단(BTS) 전시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이하 PERMISSION TO DANCE)’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AREA 15 / A-LOT' 입구 차량에 프린팅이 돼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번 사진전은 지난 5일 프리뷰를 거쳐 이날부터 정식 문을 열었다. 8~9일(이하 현지시간)과 15~16일, 총 네 차례 예정된 BTS 라스베이거스 첫 공연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 기간에 맞춰 오는 17일까지 열린다. 이날 6시간 가량 앞두고 전시장 일대 수백 미터(m) 대로변은 차량과 인파로 넘실댔다.
 
대로 입구부터 '두 유 노우 BTS(Do you know BTS?)', '아이 라익 정국(I like Jungkuk)' 등을 프린팅한 차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러 빛깔의 눈동자를 지닌, 전 세계 아미(BTS 팬덤)들은 BTS 티셔츠를 맞춰 입고 일렬로 전시를 관람했다.
 
이번 전시는 투어와 도시를 연결하는 일명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됐다. 콘서트가 개최되는 기간 동안, BTS 소속사 하이브는 공연이 열리는 얼리전트스타디움이 위치한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지역 인근을 공연과 연결시키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이 전시를 비롯해 세계 3대로 꼽히는 '벨라지오 분수쇼'를 비롯해 MGM 산하 11개 호텔의 '방탄소년단 테마 객실'과 만달레이 호텔 레스토랑 한식 메뉴 등을 BTS IP와 결합한 상품으로 내놨다.
 
전시에서는 지난해 10월 온라인으로 시작해 로스앤젤레스(LA) 투어에서 방탄소년단의 연습 과정과 지난 3월 서울 콘서트의 무대 뒤 장면을 담은 사진 240여장을 배치시켰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트레이닝 복을 입고 연습에 매진하는 BTS 멤버들의 사진들을 비롯해 글귀 등이 파란색 LED로 물들어 있었다.
 
9일 오전 방탄소년단(BTS) 전시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이하 PERMISSION TO DANCE)’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AREA 15 / A-LOT' 내부 전시장.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나는 다른 어떤 누구도 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역사에 걸쳐 기억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습니다.(RM)" "나는 항상 '내가 최고'라는 말을 되뇌곤 해요. 내 자신을 믿기 때문이고 '괜찮아, 너는 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 용기를 북돋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진) "만일 당신이 스스로를 즐기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스스로 자극 동기를 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자연스럽게 성장한 자신을 보게 될 것이에요. 스스로를 즐기세요."(슈가)
 
몰리 카피와 빅토리아 카피 모녀는 "40대 중반임에도 나는 내 삶에서 아직 결정할 게 많고, 일을 열심히 하는 과정에 있는데, BTS와 그들의 생각, 그리고 음악은 인생의 비슷한 고민들을 건드려준다"고 했다.
 
비슷한 시간 전시장에서 1Km 인근 'AREA 15 / The Grounds'에는 BTS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 ‘BTS POP-UP : PERMISSION TO DANCE in Las Vegas’가 동시에 열리고 있었다. '다이너마이트'와 '버터'를 테마로 한 이색적인 공간 연출이 돋보였다. 천장에서 녹은 버터가 실제로 떨어질 듯한 '버터' 포토존에 줄이 거대하게 늘어섰다. 다양한 인종과 국적, 세대 불문의 아미들로 가득 차 있었다.
 
팝업스토어는 방탄소년단 투어 때마다 세계 곳곳에서 열려왔다. 방탄소년단 관련 MD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 세계관을 압축 시켜, 팬들은 단순히 굿즈 구매 목적으로만 찾지 않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전시와 팝업 스토어 역시 도시 전체의 커뮤니티 일환으로 확장시켰다. 
 
멕시코 출신의 린제이 이자벨 씨와 LA에서 온 프랜시스 모나코씨도 20대 초반의 나이에도 몰리 카피와 빅토리아 카피 모녀 만큼, 투어가 있을 때마다 인당 200~300만원 정도는 기본이다. 학교 공부와 알바를 병행하며, 러브유어셀프-스피크유어 서울 투어부터 작년 LA 투어까지 BTS를 쫓고 있다.
 
이자벨 씨는 "BTS가 특별한 점은 팬들과 연결감을 준다는 점"이라며 "내면을 투영한 그들의 음악과 공연으로 코로나 시대 우울감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다. 내게 BTS는 치유의 존재"라고 했다. 프랜시스 씨도 "BTS는 인생에서 겪은 최대의 쇼크"라 했다.
 
8일 오전(현지시간) 멕시코 출신의 린제이 이자벨씨(오른쪽)와 옆에 함께 온 프랜시스 모나코씨. 이들은 "BTS는 인생에서 겪은 최대의 쇼크"라 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미국 플로다주 올랜도에서 6시간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20대 여성 엠마 에그로우씨 역시 "우리가 몰랐던 비하인드 신 사진과 영상 콘텐츠들을 보면서 마치 서울에 있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러브유어셀프' 같은 메시지는 우리의 자존감과 삶을 바꿔놓고 있다"고 했다. 
 
이날 약 20분 가량이면 돌아볼 수 있는 전시 입장료는 사전 예약으로 받았다. 인당 하루 25달러(약 3만원), 포토카드 8장 포함 38달러(약 4만6000원). 미국 뉴욕의 유명 현대 미술관 모마(MoMA)가 1인당 입장료 23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다소 높게 책정됐음에도, 총 4만장이 다 팔려 나갔다. 전시 진행은 시간대별 한 회 당 200명씩 입장이 이뤄지고 하루 총 12차씩 진행됐다.
 
하이브 관계자는 "원래 코로나 상황을 지켜보며 진행을 미루고 미루다 열게 된 것"이라며 "향후 단지 북미 지역에 한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BTS 투어가 이뤄지는 유렵 등 다른 지역들도 오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플로다주 올랜도에서 6시간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20대 여성 엠마 에그로우씨(가운데)와 친구들(왼쪽 라일라, 오른쪽 래리)이 전시장 내에서 BTS '퍼미션 투 댄스' 춤을 춰보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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