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 포괄적 차별금지 도입 후 '평등 감수성' 높아져
(표류하는 차별금지법③)OECD 국가 다수 도입…EU는 가입 조건으로
입법으로 차별에 대한 인식·사회 관용도↑
2022-04-11 06:00:00 2022-04-11 06:00:0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우리나라 차별금지법이 15여년 간 국회에서 잠들어있던 사이 해외 선진국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도입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나라가 차별금지 또는 평등과 관련된 포괄입법을 완료했다. UN 인권이사회는 2011년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인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평등 감수성을 높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유럽·호주·캐나다 등 차별금지법이나 인권법 등의 입법으로 사회 전반의 평등을 진전시켰다고 평가받는다. △미국의 민권법(Civil Rights Act) △영국의 평등법(Equality Act) △독일의 일반평등대우법(General Equal Treatment Act) △호주의 차별금지법(Discrimination laws) △캐나다의 인권법(Human Rights Act) 등이 대표적인 해외 입법사례다. 
 
유럽연합(EU)은 차별금지나 평등에 관한 법 제정에 가장 앞장선 곳 중 하나다. EU는 가입 조건으로 2000년 채택된 EU 기본권헌장을 바탕으로 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내걸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연합(EU)은 직접적인 차별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차별과 괴롭힘, 차별지시 등 범위를 넓히며 차별금지에 관한 입법지침을 발전시켜왔다. 
 
영국의 포괄적 평등법은 2010년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처럼 개별법에 성별·인종·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었으나, 각 법이 포괄하는 범위나 책임 등이 달랐고, 국민 전반의 인식 제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해 차별금지법을 도입했다. 그 결과 법 시행 2년 만에 직원 수 250명 이상 기업 중 78%가 차별을 확실한 문제로 인식하며 혐오와 차별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었다. 그래함 넬슨 영국대사관 참사관은 지난 2020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마련한 '주한 외국 대사관 초청 차별금지법 인권 컨퍼런스'에서 "평등법 제정 이후 영국 사회가 더 긍정적·포용적·낙관적인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1972년 차별금지법을 처음 도입한 프랑스는 이를 확대해 지난 2013년 동성 결혼을 허용했다. 프랑스 대사관에 따르면 동성 결혼 허용 이후 프랑스 7년 만에 국민 관용도는 13% 증가했다. 
 
미국의 차별금지법은 1964년 제정된 연방법인 '민권법'에서부터 출발한다. 민권법이 인종·피부색·종교·성별·출신지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면서 공공장소에서 흑백분리를 규정했던 짐 크로법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민권법은 미국 사회 내 평등권을 확대해 나갔고, 지난 2020년 연방법원 판결로 성정체성이나 성적지향성까지 보장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캐나다는 40여년 전인 1977년 인권법을 제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1996년에는 성적 지향성을, 2017년에는 젠더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포함시켰다. 인권법 제정으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투표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고, 이주민 차별을 막으면서 인구 증가율을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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