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대장동 의혹 수사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검을 통해 그간 대장동 의혹에 관한 소모적 논쟁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6대 범죄’로 제한된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 확대 방안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찬성 의견을 낸 것에 대해선 검찰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코로나19 자가격리가 해제된 후 처음 출근한 박 장관은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밀접접촉을 우려해 현장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날 오전 약식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사전 예고 없이 박 장관 출근길에 즉흥적으로 이뤄진 간담회였다.
다음은 박 장관과의 일문일답.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관련 대검에선 다른 의견을 냈는데.
=지난번 말씀드렸듯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책임 행정의 원리에 입각해 있다. (일각에서) ‘예전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적이 없고, 몇 가지 케이스에서만 수사지휘권이 행사됐다’고 하지만 책임 행정의 원리, 투명성의 원리를 놓고 볼 때 (당시) 과거에 권위주의 정권의 암묵적 수사지휘가 없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수사지휘권은 투명성, 책임성의 원리, 또 민주적 통제의 원리로 4차례 발동이 됐다. 아직은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수사하는 검찰의 공정성 담보,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 부분이 제도적으로 담보되고 검찰 조직 문화가 이에 맞춰 개선이 된다면 자연스레 수사지휘권 문제는 해소될 것이다.
대검 입장에선 ‘수사 잘 할 테니 수사지휘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게 당연한 이치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를 어떻게 공정하게 담보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다.
수사지휘권 제도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지난 대선 동안 가장 큰 이슈였던 대장동 수사와 관련된 구체적 현안들과 이에 부수된 수많은 선거법 위반 고발 사건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냐, 그리고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언제까지 이 부분에 대한 논쟁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정치권이 바라보는 각도는 다르지만 대동소이하게 거론되는 개별 특검 또는 상설 특검을 검토해볼 만하고 생각한다. ‘사법자제론’이라는 이론이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하나의 방안으로서 특검 도입 여부도 검토해 볼 만하다.
-검찰이 6대 범죄 외 직접수사 범위 확대 의견을 인수위에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한 장관의 입장은.
=제 손으로 고민하고 오랜 논쟁과 심사숙고를 거쳐 만든 직제개편안(검찰 형사부의 직접수사 제한)이 통과됐다. 물론 새 정부가 이 직제개편안을 바꾸려 한다면 대통령령으로 얼마든지 쉽게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는 우리 검찰이 준사법기관으로서 깊이 안착하는 것이 검찰이 살 길이자 검찰이 나아갈 길이라는 20년간의 철학을 갖고 있다. 그 철학에 기초해서 직제 개편을 한 것이다. 검찰이 수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하는 반드시 그것이 검찰을 위해 좋은 것이라고 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특검 도입은 어떤 취지인지.
=말 그대로다. 대장동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다. 여러 현안들이 종결되지 않았다. 검찰총장이 누가 되고, 중앙지검장이 누가 되느냐 하는 문제를 떠나 (대장동 의혹 사건 등) 이 수사의 결론을 어떻게 낼 것인지, 국민 통합적 관점에서 어떻게 결론을 낼 것이냐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검찰에 의해 내려진 1차 결론이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이는 또 다른 새로운 논쟁으로 지속될 것이고, 그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개별특검 또는 상설특검에 의한 특검으로 이 논쟁을 조속히 종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검토해 볼 만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검찰에 독자적 예산편성권을 부여한다는 윤석열 당선인 공약에 대한 장관의 입장은.
=검찰 예산편성권을 법률 개정 없이 독자적으로 편성이 가능하냐는 논쟁부터 시작이 되며 (이와 관련) 국가재정법, 검찰청법, 기타 등등이 있다. 법원이나 경찰은 독립적으로 예산편성에 관한 법률적 근거를 갖고 있다. (검찰 예산에 관한) 집행의 투명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특히 특수활동비의 투명성 문제는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감독은 어떻게 할 것인가, 또 현재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직무상 권한을 갖고 있는 법무부 검찰국의 직제 조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어려운 문제들이 깔려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것은 입법사항이라고 본다. 특수활동비 등의 예산 집행에 관한 투명성을 담보로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검찰 예산 편성에 독립성을 부여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은 입법 사항이다.
-일각에서는 김오수 검찰총장이 윤 당선인 코드맞추기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지.
=검찰총장 입장에선 ‘검찰 조직이 수사 잘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지휘하지 말아달라’고 하는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 (검찰로선) 수사 못할 수도 있으니까 ‘통제, 지휘해달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저는 그렇게 이해한다.
-내일 인수위 업무 보고에 대검과 의견이 다른 지점들을 각각의 다른 의견으로 보고할 예정인가.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됐다 오늘 처음 출근했다. 대검에서 의견이 온 것은 맞고, 법무부 보고 문건 초안도 온라인상으로 보고 받아 (여기에) 제 의견을 가미했다. 그래서 오늘 더욱 심도 있게 다시 잘 정리할 것이다. 법무부 버전은 따로 있을 것이다. 제가 2003년도에 인수위원을 했고, 2017년도에도 인수위 역할을 했던 기획자문위원을 했다. 이 과도기가 여러 논쟁을 유발할 수 있겠으나 적어도 새 정부가 당선자 뜻과 공약에 따라 법무 행정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데 저희들 역시 적극 협조하겠다.
-여당에서는 문 대통령 임기 내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하는데 법안이 상정되면 법무부에선 어떤 의견을 낼 것인가.
=오늘은 법무 행정 관련 내일 인수위 보고, 그리고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재직하면서 논란이 됐던 현안 중심으로 말씀을 드렸다. 수사·기소 분리 문제에 대해선 오랫동안 제가 법사위에서 많이 말씀드렸다. 그것으로 갈음하겠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중회의실에서 기자들과 약식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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