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민주당이 20대 대선 패배 후폭풍에 휩싸였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결의했다. 지도부 공백을 막기 위해 일단 윤호중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윤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소속의원들의 의견을 수렴, 수습 방안을 강구한다. 6월 지방선거를 눈 앞에 두고 있어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 또는 비대위 체제 등 여러 의견들이 봇물처럼 터질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10일 오후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긴급 소집했다. 선대위 해산 직후였다. 이 자리에서 송 대표 등 지도부는 일괄사퇴를 의결했다. 9일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패배한 데 따른 책임과 수습 차원이었다.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전국 개표수 3406만7853명 중 48.56%(1639만4815표)를 획득,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47.83%(1614만7738표)를 얻었다. 불과 0.73%포인트(24만7077표), 역대 최저 표차로 승패가 갈렸다.
당내 일각에선 대선에서 아쉽게 석패했다는 점에서 지도부가 모든 책임을 질 일은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지만,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지도부 총사퇴는 불가피한 것으로 송 대표는 판단했다. 송 대표는 차기 총선 불출마의 배수진을 치고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대선에 임했으나 정권교체 여론을 이겨내지 못했다. 앞서 송 대표는 지난해 5월2일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임시 전국대의원회의에서 35.60%의 득표율로 당대표에 당선됐다.
송 대표는 비공개 최고회의 직후 입장문을 통해 "투표로 보여준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최고위원 여러분도 함께 사퇴 의사를 모아주셨다"고 했다. 송 대표는 앞서 선대위 해단식에서 "모두가 노력했습니다만 그래도 부족했다"며 "앞으로 국민 눈높이에서 겸허한 자세로 민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패배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지도부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음에 따라 민주당은 '질서 있는 총사퇴'로 쇄신의 길을 열었다. 송 대표의 측근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송 대표가 사찰에 가서 일주일 정도 머무를 예정"이라며 "단식도 하고 마음도 정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비대위 체제가 6월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갑작스런 지도부 사태로 인한 당내 합의 미흡 등으로 일단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의원총회에서 소속의원들의 총의를 모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지방선거를 이끌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거나,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구성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윤 원내대표의 임기는 4월 중순까지다.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 참석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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