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르노삼성이 오랜 기간 신차가 없는데다 최근 트렌드인 전동화에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서 주력 차종 'QM6'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내수시장에서 판매 실적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 르노삼성이 어떤 반전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QM6 내수 판매량은 3만7747대로 2020년 대비 19.4% 줄었다.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8%에 달한다. 2020년 48.8%와 비교하면 13%p나 올랐다.
2022년형 QM6. 사진/르노삼성차
QM6와 함께 주력 차종인 SM6(3198대)와 XM3(1만6535대)가 각각 62.5%, 51.5% 줄면서 비중이 확대됐다.
QM6는 르노삼성의 간판 모델이다. 2016년 출시된 QM6는 2018년 중형 가솔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1위를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1월에는 누적 판매량 20만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출시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2019년 LPG 모델만 내놓을 뿐 풀체인지(완전변경) 한 번 없었다. 경쟁 차종인
현대차(005380) '싼타페'와
기아(000270) '쏘렌토'가 풀체인지를 거치며 차체를 키우고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는 등 상품성을 높인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SM7, SM5, SM3가 단종 됐고 SM6는 쏘나타 부진에도 판매량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신차 없이 5년 넘게 QM6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도 6만1096대로 2020년 대비 36.3% 감소했다. 2017년 10만대를 넘은 이후 8만~9만대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6만대로 급감했다. 결국 르노삼성은 메르세데스-벤츠(7만6152대), BMW(6만5669대)에도 밀려 국내 승용차 판매 5위를 기록했다. 현대차, 기아에 이은 3위 자리를 벤츠에 내준 것이다.
르노삼성의 부진 원인으로는 신차 부재가 꼽힌다. SM7, SM5, QM3 등 다양한 세그먼트 차량이 단종 되면서도 2020년 XM3 출시 이후 새로운 모델이 없다. 조에·캡처·마스터 등 르노그룹 수입차 역시 판매 부진으로 존재감이 약하다. 판매량 확대를 위해선 라인업을 강화해야 하는데 현재 예정된 신차는 없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직원이 XM3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르노삼성차
전동화 전환도 늦어지고 있다. 르노삼성의 전기차는 '조에' 하나다. 조에는 르노가 2012년 출시한 전기차로 국내에는 르노삼성이 2020년 8월 출시했다. 2020년 192대, 지난해 774대 팔리는데 그쳤다.
조에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르노삼성의 전기차 경쟁력 확보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르노삼성의 친환경차 출시 계획은 올해 하반기 'XM3 하이브리드' 모델 정도다. 르노가 상반기 신형 순수 전기차 '메간 E-테크'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국내에 들어오지는 미지수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르노그룹이 전기차를 국내에서 조립할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르노삼성 매출이 그룹에서 9위에 불과해 한국은 주요시장이 아니다"며 "결국 미래차 전환이 상대적으로 늦을 수밖에 없고 유럽의 전기차 규제가 대폭 강화돼 현지에서 생산 판매하는 것을 우선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이 QM6, XM3 등 주력 차종의 후속 모델과 친환경차 개발에 미온적인 만큼 부산공장 생산성을 보장할 수 없어 노조와의 관계도 경색될 수 있다. 르노삼성은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로그' 생산 계약이 2019년 만료되면서 2020년 1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르노삼성은 르노그룹이 일감을 얼마나 배정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크게 좌우된다. 르노그룹이 2020년 9월 유럽 수출용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를 배정했지만 로그와 달리 고정된 생산 물량을 부산공장에 보장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최근 르노그룹과 중국 지리자동차는 부산공장에서 친환경차를 생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생존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르노삼성은 오는 8월 삼성 브랜드 사용 유예기간이 끝나 홀로서기에도 나서야 한다. 르노삼성은 2020년 8월 삼성전자·삼성물산과 맺은 '삼성’'브랜드 사용 계약이 종료됐다. 당시 르노삼성과 삼성전자·물산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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