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미국의 제재에 가로막혔다. 장치산업에 필수인 반도체 장비를 구하지 못하는데다, 인력과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으면서 2025년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사실상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반도체 패권전쟁을 벌이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좌절될 위기에 놓였다.
중국은 지난 2014년 '반도체 산업 발전 추진 요강'을 내걸고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 40%, 2025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미국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9%에 그쳤다. 심지어 외국기업의 중국내 생산율을 제외하면 중국의 자급률은 6%까지 추락한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국은 목표 달성을 위해 자국 반도체 업체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중국 정부는 '타도 삼성'을 외치던 훙신반도체제조(HSMC)에 투자금 2조7000억원을 날렸다. HSMC는 당초 7나노미터(nm)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투자금만 날리고 지난해 6월 문을 닫았다.
반도체 굴기의 상징인 칭화유니그룹은 부채 30조원을 떠안고 지난해 7월 파산 절차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외에도 청두거신은 13조원을 투자했던 공장 운영을 중단했고, 화아안더화이는 2016년 중국 정부의 46억위안(8000억원)을 지원받고도 지난해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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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반도체 굴기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의 제재 때문이다. 미국은 화웨이에 이어 지난해 중국 파운드리(위탁생산) SMIC도 블랙리스트에 추가하고 자국 기업들의 반도체 기술과 장비 수출을 사실상 제한했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은 SMIC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제품은 반도체를 제작하는데 필수적인 장비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문제는 상용화할 수 있는 제품이 없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밑 빠진 독에 물을 계속 붓는다고 해도 장비 없이는 제품을 상용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 의지를 일찌감치 천명했지만 인력과 경험 부족 문제도 심각했다. 반도체 공정이 워낙 복잡한데, 앞선 기술과 공정을 모두 총괄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인재가 부족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만 놓고 보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과의 반도체 패권전쟁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라도 반도체 굴기 의지를 꺾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수입 품목 1위가 반도체이기 때문에 이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면 그만큼 수익을 얻게 된다"며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5월까지 중국의 반도체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늘어난 2603억5000만대에 달한다.
중국 SMIC 사옥 전경. 사진/SMIC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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