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고교 야구부 학부모회가 감독에게 지급한 금품은 학부모회 구성원 개개인이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학부모회가 지급한 것으로 보고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한 검찰의 처분은 잘못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모 고교 야구부 학부모회 회장 A씨가 학부모회 소속 학부모들이 감독에게 모아 지급한 금품을 학부모회가 지급한 것으로 계산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뒤 기소유예 처분한 검찰 처분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야구부 감독에게 금품을 제공한 ‘동일인’은 학부모회가 아닌 ‘학부모회 구성원 개개인’으로 보아야 한다”며 “이 경우 학부모회의 구성원 중 1인에 불과한 청구인이 야구부 감독에게 지급한 금품은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아 ‘수수 금지 금품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야구부 감독에게 제공된 금품은 학부모회 회칙에 따라 학부모회 구성원 각자가 매월 65만원을 회비 계좌로 입금해 모아졌고, 학부모들 의사에 따라 모아진 금품들을 A씨가 회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집행한 점 등에 비춰 봐도 A씨가 감독에게 제공한 금품은 학부모회라는 ‘동일인’이 제공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학부모회 구성원 개개인’이 제공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A씨가 감독에게 지급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금품은 학부모회에서 지급한 금품 중 학부모회 구성원 숫자인 40명 내지 47명으로 나눈 액수로, 이를 계산하면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다”면서 “그럼에도 검찰이 학부모회를 ‘동일인’에 해당함을 전제로 A씨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은 자의적 증거 판단, 수사미진, 법리오해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교 야구부 선수들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부모회는 2016년 6월~2017년 8월 야구부 감독에게 매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총 15회에 걸쳐 총 2540만원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학부모회가 ‘청탁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수수 금지 금품 등(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 초과하는 금품)’을 제공했다고 보고, 회장이던 A씨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9월 이 학부모회로부터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금품 규모를 넘어 금품을 지급받은 혐의로 기소된 야구부 감독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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