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정유화학업계가 신소재 연구·개발부터 완제품까지 출시하면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친환경 기업 탈바꿈을 기하고 있다. 전통적 굴뚝산업으로 여겨져왔던 산업인데다 기존 시장의 한계를 체감한 업체들이 비정유화학 부문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종합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최근 일반소비자들에게 탄소중립 석유 제품을 판매하는 '드라이브 투 제로' 캠페인을 시작했다. SK에너지는 해당 캠페인을 통해 내년 2월까지 직영 셀프주유소 31곳에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탄소 중립 휘발유와 경유를 판매한다.
탄소 중립 석유는 제품 가격에 탄소배출권이 포함돼 있어 리터당 12원 더 비싸지만 캠페인 기간에는 SK에너지 전용 멤버십 포인트로 차액을 100% 돌려받을 수 있다. SK에너지는 생산·수송·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조림·산림 황폐화 방지 프로젝트에서 발행된 탄소배출권으로 상쇄할 방침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SK에너지는 드라이브 투 제로 캠페인을 시작으로 운전자들이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갖고 착한 소비를 통해 기후 위기 대응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선도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며 "또 탄소 저감을 위한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넷제로 달성에 힘을 보탤 예정"이라고 말했다.
SK루브리컨츠도 이날 상용차의 탄소배출을 줄이고 연비를 높여주는 친환경 초 저점도 디젤 엔진오일 2종을 출시했다. SK루브리컨츠에 따르면 신제품은 기존 제품 대비 평균 연비가 약 3% 높아졌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차량에 따라 연간 최대 2.8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SK에너지가 ‘Drive To Zero(드라이브 투 제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SK에너지
LG화학(051910)은 바이오 원료로 만든 친환경 제품인 고흡수성수지 'SAP'를 생산하고 지난 8월 첫 수출을 시작했다. 여수 공장에서 출하된 이 제품은 요르단의 베이비라이프(Baby Life)에 납품되고 있다. LG화학에 따르면 SAP은 기존 대비 탄소 감축 효과가 111%인 것으로 분석됐다. LG화학은 중동 고객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등 글로벌 메이저 위생용품 고객사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SAP 수출은 석유화학 사업에서 제품 포트폴리오가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본격 전환되는 출발점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제품 및 사업장을 지속 확대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한편, 고객의 친환경 니즈에도 적극 발맞춰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011170)도 사탕수수를 원료로 생산된 '바이오 페트'의 공급망 확대를 추진중이다. 최근에는 SPC그룹과도 저탄소 친환경 패키징 사업 파트너십 구축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바이오 페트 포장 용기는 사탕수수를 원료로 활용해 제조·운송·소각 과정에서 기존 석유계 페트 대비 이산화탄소를 28% 저감할 수 있으며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소비자의 니즈와 시장의 트렌드를 충족하는 친환경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바이오 페트를 포함한 다양한 친환경 포장재 생산은 물론 소비자 친화적인 기능성 포장재 연구개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효성티앤씨 역시 페트병 리사이클 섬유인 '리젠'을 활용해 의류 사업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리젠은 효성티앤씨가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폴리에스터 섬유브랜드다. 효성티앤씨는 리젠 제주, 리젠 서울, 리젠오션 등을 잇따라 출시하는 등 국내 대표 친환경 섬유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는 2019년부터 2030년까지 1537백만toe(석유환산톤)의 수요 감소가 필요하다. 석유 수요가 매년 가파르게 줄어드는 셈이다. 따라서 정유·화학 기업들의 '친환경 기업'으로 변모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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