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공정위, '장남 회사'에 부당 지원한 하림 '49억 처벌'
팜스코·선진 등 계열사 8곳, 동물약품 '통합구매'
올품에 구매 대금의 3% 중간마진 '통행세'
하림지주 16억2500만원·올품 10억7900만원 과징금
2021-10-27 12:00:00 2021-10-27 18:43:12
 
[뉴스토마토 정서윤 기자] 김홍국 하림 회장의 장남 회사인 올품에 일감을 몰아준 ‘하림 그룹의 부당지원’ 건이 조사 4년 만에 49억원 처벌로 결론 났다. 팜스코·선진 등 하림 계열사 8곳이 닭고기 생산업체 '올품'에만 고가 매입, 통행세 거래 등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품을 부당 지원하고, 이익을 제공한 팜스코·선진·포크랜드 등 하림 계열사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48억8800만원을 부과한다고 27일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하림지주 16억2500만원, 팜스코바이오인티 7억4900만원, 팜스코 5억1500만원, 선진한마을 3억5200만원, 제일사료 2억4700만원, 대성축산영농조합법인 1억5900만원, 선진 1억1200만원, 포크랜드 5000만원이다. 이들로부터 부당 지원받은 올품에 대해서는 10억7900만원을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월 하림그룹 동일인 김홍국 회장은 장남인 김준영 씨에게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증여한 바 있다. 이후 계열사들은 동일인과 그룹본부의 개입 하에 올품에게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 한국썸벧판매는 2013년 3월 올품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썸벧은 당초 양계용 동물약품만 제조한 회사다. 2012년경부터는 동물약품 전체 시장에서 40%가 넘는 양돈용 동물약품 진출을 결정하고 양돈용 복제약을 생산했다.
 
하지만 복제약의 경우 가격이나 품질 측면에서 타사 제품과 차별화가 어려웠다. 특히 썸벧은 양돈용 동물약품에는 사업 역량이 검증되지 않고 인지도가 낮은 신규 진입자였다.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자사 제품의 매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위반 내용을 보면, 계열농장들은 동물약품 구매를 올품을 통해서만 구입하는 통합구매방식 도입을 수용하면서 국내 최대인 자신들의 구매물량 전체에 대한 구매 권한을 올품에게 몰아줬다. 올품은 대리점들을 대상으로 대리점 선택권, 구매물량·가격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또 올품의 요청에 따라 타사 제품을 자사 제품으로 대체 구매하면서 대리점들의 자사 제품에 대한 거래 수요를 확대했다. 특히 올품이 대리점들로부터 구매해 공급하는 동물약품을 올품이 책정한 높은 가격으로 구매해 올품이 대리점에게 계열농장 내 거래에서 높은 판매마진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줬다.
 
올품은 2011년 초부터 계열농장들의 동물약품 구매를 자신이 관장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통합구매를 통한 비용 절감 명목으로 자사 제품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27일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하림그룹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계열농장들은 동일인과 그룹본부의 지시와 개입에 의해 선택의 여지 없이 2012년 1월부터 동물약품 거래 단계에 올품을 새롭게 추가했다. 자신들의 구매 물량 전체를 올품에게 몰아주고, 타사 제품과 합리적인 비교 없이 자사 제품으로 대체 구매하기도 했다. 그 결과 계열농장들의 자사 제품 사용 비중이 급증했다. 팜스코바이오인티, 포크랜드 등의 올품 약품 사용 비중은 2012년 31.1%였지만, 2016년 63.2%까지 올랐다.
 
팜스코의 경우 세 차례의 자체 가격 조사를 통해 자신의 구매가격이 외부 양돈사업자의 대리점 직구매 가격보다 높다는 점을 확인했는데도 올품을 통한 통합구매를 2017년 2월까지 지속해왔다. 이후 올품에게 단가 인하 및 손실분 보상을 요구했지만, 원활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통합구매에서 이탈했다. 팜스코가 대리점 직거래로 구매한 가격은 올품을 통한 통합구매 가격보다 매출액 기준으로 14.4% 낮았다.
 
올품은 대리점들의 적극적인 자사 제품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계열농장에 동물약품을 공급하는 대리점별로 자사 제품의 판매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달성하는 대리점들에게는 내부시장에 대한 높은 판매마진을 제공하는 충성 리베이트(Loyalty rebate) 전략을 사용했다. 그 결과 2012~2016년 기간 자사 제품의 대리점 외부 매출액은 지원행위 이전인 2011년(40억원)보다 2.6배 증가한 105억원을 기록했다.
 
사료첨가제 구매방식을 바꾸고 구매물량을 몰아주는 등의 부당 지원도 이뤄졌다.
 
배합사료를 제조하는 계열 사료회사들은 사료첨가제를 제조사로부터 직접 구매했지만, 2012년 초부터 기능성 사료첨가제 구매방식을 올품을 통해 통합구매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계열 사료회사들이 거래단계 추가를 통해 썸벧에게 몰아준 기능성 사료첨가제 구매물량은 국내 기능성 사료첨가제 연평균 거래금액의 4%에 달했다.
 
또 직거래하던 사료첨가제 제조사에게 기존 직구매 단가 대비 3% 인하한 가격으로 올품에게 공급할 것을 요구했다. 3% 단가 인하로 인한 차액은 모두 올품에게 중간마진으로 귀속됐다. 올품이 중간마진으로 수취한 이익은 총 17억2800만원에 달한다.
 
아울러 제일홀딩스(2018년 7월 하림지주로 사명 변경)는 2013년 1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옛 올품 주식 100%를 한국썸벧판매에 낮은 가격으로 매각하는 방법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품을 부당 지원하고, 이익을 제공한 팜스코·선진·포크랜드 등 하림 계열사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48억8800만원을 부과한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모습. 사진/뉴시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동일인 2세 지배회사에 대한 지원행위를 통해 승계자금을 마련하고 그룹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는 유인구조가 확립된 후 행해진 계열사들에 대한 일련의 지원행위를 적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고발 등의 엄격한 조치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러한 행위는 대부분 하림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지 않는 중견기업집단 시절에 발생한 것"이라며 "총 지원 금액과 기간을 나눠봤을 때 금액적인 부분에서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정서윤 기자 tyvodlo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