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이 사업 당시 원주민들의 땅을 절반가격에 후려쳐 헐값에 수용했다는 의혹 제기를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정면 반박했다.
원주민들은 당초 평당(3.3㎡) 600만원에 계약한 것을 성남의뜰이 반값(280만원)에 강제 수용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성남 신흥동(공시지가의 2.1배) 등 인근 지역에 비해 대장동 일대만 공시지가의 배수(1.5배)를 낮게 책정해 헐값에 매입했다는 지적이다.
토지 매입 후에는 성남의뜰이 원주민들에게 이주자 택지 공급가를 성남 고등지구(평당 700만~800만원, 조성원가 기준) 등 인근 지역의 2배 가까운 가격(평당 1300만~1700만원, 감정평가 기준)에 책정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평당 600만원 계약근거 없어"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TF' 정재흥 위원(나라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은 “민간과 계약했다는 평당 600만원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대지, 임야, 전답(논밭) 등마다 평당 가격이 다 다르고, 용도별, 지목별 가격이 제각각이어서 민간(씨세븐)에서 원주민들 땅을 매입하던 당시 평당 수십만원부터 600만원 등 다양한 가격으로 거래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중 높은 가격에 체결된 가액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은 “성남의뜰이 수용한 매입가는 감정평가사에 의해 책정된 가격”이라며 “감정평가는 사업시행자(성남의뜰)에서 선정한 감평사 1명, 주민(대장동 원주민)들이 선정하는 1명, 경기도(당시 남경필 경기지사)에서 선정하는 1명 이렇게 총 3명이 감정평가 후 산술평균해서 보상가격을 책정한다. 감정가는 이들 3명의 감평사가 임의로 정하는 게 아니라 국토부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평가하기 때문에 차이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환지 개발'은 조합원만 이익"
‘환지방식’(토지소유자들이 조합을 결성해 직접 시행하는 개발 방식)이 아닌 ‘강제수용’으로 개발 사업을 추진한 이유는 성남시를 위한 방안이었다고 밝혔다.
정 위원은 “환지방식으로 하려면 전체 면적의 3분의 2, 토지주의 2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야 해 그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도 길어진다”며 “특히 환지방식의 개발 사업에 따른 분양수익은 성남시와 아무 관계없이, 조합원들에게만 돌아가게 되고, 시에서 ‘기부채납’을 요구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지가 배수 논란에 대해서는 “토지보상법에 따라 보상가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되 시가의 차이를 보정하는데 그 보정률은 지역마다 다르다”며 “어떤 곳은 공시지가의 1.8배, 어떤 곳은 2.1배가 되기도 하고, 대장동 지구 안에서도 지목마다 보정률이 어떤 곳은 공시지가의 2.1배, 2.5배, 2.8배 등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공시지가 보정률, 지역마다 달라"
그러면서 “이처럼 공시지가와 시가 차이가 많이 나는 토지는 보정을 세게 하게 되고, 차이가 적으면 보정을 적게 하는 식”이라며 “보정률이 상이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대장동 공시지가-시세 보정률이 인근지역(성남 신흥동) 보다 낮다고 하는 것은 단순 수치를 비교했을 뿐, 용도별 지목별 격차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주자 택지 공급가를 높게 책정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성남의뜰이 책정한 공급가는) 감정평가액으로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경우는 실제 거래되는 시세로 감정평가를 하게 돼 있다”며 “어떤 기준으로 책정했는지 여부는 좀 더 확인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주자 택지 공급가는 조성원가(매입비, 공사비 등) 또는 감정평가액으로 책정한다. 이를테면 조성원가가 평당 100만원인 경우 감정평가는 부동산 폭등 등을 감안해 300만원으로 평가하는 식이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성남의뜰이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성남의뜰이 폭리를 취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2018년 12월 권익위는 전국 시·도 및 도시개발공사에 ‘이주자 택지 공급가격을 택지조성원가’로 통일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처음부터 ‘선 확정 이익’에 방점"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 사업을 통해 5503억원 규모의 공익을 환수했다는 발언을 두고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야당에선 성남시가 ‘기부채납’ 받은 공원조성이나 터널공사 등이 개발 사업에 따른 절차 중 하나라고 본다. 이 지사는 2015년 2월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이에 정 위원은 “사업에 필요한 도로, 학교 등의 인근 기반시설을 설립하는 것을 개발 사업 필수 절차 중 하나라고 하는데 이 사업(대장동·제1공단 결합개발 사업)은 그와 다른 개념”이라며 “(대장동과 제1공단은) 서울 여의도에서 고속터미널역 정도로 떨어져 있는 거리에 있다. 1공단에 조성하는 공원은 대장동 지구 주민을 위한 공공시설이 아니다”라고 했다. 당초 성남시 자체 예산을 써야 했던 사업인데 이 전 시장이 결합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능했다는 점에서 공익 환수가 맞다는 주장이다.
민관 공동개발을 통해 리스크는 공공이, 수익은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가 가져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양 당시 부동산 미래 알았겠나"
정 위원은 “분양 당시엔 부동산 경기가 지금과 달리 좋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로 부동산 폭락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고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며 “만약에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미분양이 났다면 민간이 지나치게 리스크를 졌다는 반대의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시점 제기되는 비판은 결과론적인 비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성남시가 처음부터 ‘확정 선 이익’에 방점을 뒀다는 점도 거듭 표명했다. 그는 “개발 사업이라는 게 워낙 불안한 사업인 만큼 성남시에서 당시엔 ‘개발 확정 이익(1822억원)’부터 가져가자는 데 방점을 뒀다”며 “당시엔 초과 수익 자체를 고려하지 못했다. 그래서 성남도개공이 일반주(보통주)가 아닌 ‘확정 이익’을 우선한 우선주를 선택하게 됐고, 은행(하나은행 등)도 안정적인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5년 6월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주주협약안 제11조 (해산 및 청산) 3항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져가는 배당금에 1822억원이라는 ‘상한’을 두면서도 화천대유 등 민간이 가져갈 초과 수익에는 '상한'을 두지 않은 점을 두고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의혹 등이 제기되자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개발사업에는 토지공사비, 용역비, 환경영향평가비, 예비비 등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는데 성남시는 당시 모라토리움 지경에 이르는 등 지방채를 발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공원도 지어야 하고 당장 필요한 자금은 많은데 잔여재산을 받으려 프로젝트회사(화천대유 등)가 청산되기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보니 ‘선 확정 이익’ 방침을 정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확정 이익을 성남시가 우선적으로 가져가는 게 당시엔 급했고, 초과 이익이 4000억원 넘게 날 것이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얘기다. 배당금과 분양수익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 화천대유, 천화동인 1~7호 등 민간 사업자가 이를 가져간다고 해도 이미 주주 간 협약을 맺은 뒤라 법률상 배당 등에 관한 조항들을 변경할 수도 없다고 했다.
"숨어드는 토건세력 막기 어려워"
또 SK증권을 앞세워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숨어들어온 남욱 변호사, 김만배씨 등의 토건 세력들은 성남시가 입찰 단계에서 알 수 없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정 위원은 “남욱 등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왔을 것이고, 그런 변수를 모두 막기는 어렵다”며 “공사 입장에선 특정금전신탁 등의 주주 실체 보다는 자금조달 능력과 시에 공공기여를 누가 더 많이 할 수 있을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출처/2015년 3월 제출 '하나은행 컨소시엄' 사업계획서
2015년 3월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출자자간 의결권과 지분율, 배당률 등이 기재돼 있다.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같은 해 6월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주주협약안 제9조에 따르면 일부 출자자를 협약에서 배제하려면 출자자 전원의 만장일치를 이뤄야 한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주주협약의 당사자들(출자자들)은 성남의뜰을 공동·투자 설립한 후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도록 하고자 주주협약을 체결하고 그 내용을 합의한다’고 적시돼 있다.
그는 “입찰 공고문과 컨소시엄 제안서 등을 받고 추후 주주 간 협약 단계에서 성남시가 이를(토건 세력) 인지했다 하더라도 이미 계약들이 확정된 상황이라 여기서 이 전 시장이 화천대유 등을 빼라 마라 할 수 없다”며 “애초에 이 지사가 여기서 관여할 권한 자체가 없다”고 역설했다.
다만 “이제 와서 수익 면에선 (입찰 전 공고에 민간사업자 초과 이익 ‘상한’ 조항을 넣거나) 우선주와 보통주를 선택할 때 공사가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보통주를 선택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면서 “하지만 이런 생각도 결과론적인 얘기”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서판교에 위치한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모습.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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