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큰 문제가 없음을 시사했다. 또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의 동시 발생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아직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5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대상 국정감사에 참석해 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는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저희가 보는 경기 흐름 예상에 따르면 11월에는 금리 인상을 해도 큰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달 12일 연 0.75%인 기준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지난 8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33개월 만의 인상을 단행했다.
이 총재는 이달 기준금리 동결과 관련해 "지난 8월에 이어 금리를 연속적으로 올리기보다는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변동성도 높아지고 글로벌 경제에 여러 가지 리스크 요인이 있었다"며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도 있고, 코로나19 방역도 아직은 단계가 강화된 상황이어서 좀 더 지켜보자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총재는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고,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려는 할 수 있지만 현재 이런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것인데 보통 1970년대 연상을 많이 한다"며 "당시 워낙 힘든 과정을 거치고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알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현재 그런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유가, 곡물 가격 등 공급측 요인의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하지만 수요가 살아나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많다"며 "공급 병목도 일부 경기 회복세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고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주가, 원화, 채권 등이 동시에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환율은 미국 연방정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시화, 경기 회복세 둔화 우려 등에 따라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돼 가고 있지만 최근 여러 가지 변수로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가 많이 오르고, 중국에서 금융불안이 촉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 관련 문구가 '점진적'에서 '적절히'로 바뀐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금리를) 11월에 인상한다고 하면 1월에도 올리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주열 총재는 "점진적이라는 표현이 언제부터인가 시장에서 금통위가 금리를 한 번 조정했으면 건너뛰고 조정하는 것으로 공식화가 됐다"며 "때에 따라 상황에 맞게 금리를 결정하는 것이 맞지, 한 번 건너뛴다는 인식을 시정할 필요가 있어 점진적이라는 표현을 빼게 됐다"고 해명했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통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채권 매입에 나서야한다"는 여권 주장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며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국채 발행을 직접 인수하는 것은 아무래도 정부 부채 화폐 논란, 그런 것 때문에 중앙은행의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재정건전성 우려도 있어 직접 인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큰 문제가 없음을 시사했다. 또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의 동시 발생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아직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총재가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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