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미국과 중국의 항만 적체 현상이 3~4분기 성수기를 맞아 더욱 악화하고 있다. 목적지에 도착해도 입항하지 못한 채 대기하는 선박이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컨테이너선 부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공급 부족으로 컨테이너선 운임 또한 전년 대비 5배가량 비싼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출기업들의 부담은 커지는 실정이다.
30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주간해운시장 포커스'에 따르면 지난주 로스앤젤레스(LA)·롱비치(LB)항에서 대기한 컨테이너선 수는 70척 이상으로, 전주 49척보다 늘었다. 이 항만에 들어가려는 선박들은 인근 해상에서 평균 9일 동안 대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두 항만은 미국 수입품의 4분의 1 이상을 처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26일(현지시간) LA·롱비치항에 수십 척의 선박이 줄지어 입항을 기다리고 있으며 터미널에는 하역을 완료한 빈 컨테이너 수만 개가 방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LA항의 경우 올해 물동량은 지난해보다 30% 증가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인력난에 시달리며 대응이 벅찬 상황이다. 같은 기간 화물트럭 운행은 8%만 늘면서 항만에 쌓인 컨테이너를 내륙으로 빠르게 옮기지 못하고 있다. 미국 코스트코는 제품을 실어나를 트럭을 구하지 못하면서 키친타월과 휴지, 생수 등 생활필수품 판매 수량 제한에까지 나선 상황이다.
미국과 함께 세계 주요 항만인 중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내달 1일부터 7일간 이어지는 대규모 연휴인 국경절을 앞두고 밀어내기 물량이 증가하면서 컨테이너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달 닝보항 직원이 코로나19에 걸려 항만이 일부 폐쇄된 것도 혼잡을 가중했다. 닝보항의 경우 선박의 평균대기 시간은 1~3일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일주일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항만 혼잡이 계속되자 장금상선은 지난달 말과 이달 중순께 닝보항 기항을 각각 1항차씩 건너뛰었다.
지난달 컨테이너가 가득 쌓인 부산항. 사진/뉴시스
상해항의 경우 이달 태풍 '찬투'가 북상하면서 운영이 차질을 빚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상해의 경우 입항이 길게는 5~6일 정도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다만 상해와 닝보항은 평소에도 물동량이 워낙 많아 지연이 빈번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항만 적체가 좀처럼 풀리질 않으면서 해상운임은 계속해서 고공행진 중이다. 세계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에 따르면 지난주 지수는 4643.79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21.28포인트 올랐으며, 20주 연속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는 컨테이너선 운송항로 15개 운임을 종합한 지수로, 상해항운교역소에서 매주 금요일 발표한다.
2009년 1000을 기준으로 시작한 이 지수는 지난해 11월 2000을 처음으로 넘겼다. 올해 4월 3000을 돌파한 후 이어 7월 4000을 넘겼다. 현재 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5배 비싸다.
항만 적체가 심각한 데다 3~4분기는 해운업계 전통적인 성수기라 컨테이너선 운임은 당분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도원빈 무역협회 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4분기에도 수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3분기 들어 해상 운임이 가파르게 올라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계 3위 규모 선사인 CMA CGM이 내년 2월 1일까지 모든 스폿(spot·비정기 단기 운송계약) 운임을 동결하겠다고 최근 밝히면서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속적인 운임 인상에 제동이 걸렸으며 다른 선사들도 운임 동결에 대한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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