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올해 도쿄 하계올림픽에 이어 내년 2월 베이징 하계올림픽마저 파행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스폰서'
삼성전자(005930)로서는 1년새 연거푸 제대로 된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블룸버그 통신을 포함한 외신들은 30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베이징 올림픽 티켓을 중국 본토에 거주하며 코로나19 방역 조건을 충족한 관중에게만 판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안이 확정되면 중국 본토 관중 외에는 모두 TV로 올림픽을 지켜봐야 한다. 개최 때마다 업체에 특수를 안겼던 올림픽이 코로나19로 인해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습이다.
국내 유일의 올림픽 후원사 최상위 개념인 '월드와이드 파트너' 삼성전자도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전보다 관중이 적어지면 현지를 겨냥해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는 스폰서의 홍보 효과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매번 올림픽 특수가 일부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관중과 오프라인 행사가 줄어든다면 홍보 효과는 그만큼 퇴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티베트 청년회 활동가들이 지난 2월4일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 앞에서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18년 삼성전자는 IOC에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고 무선 분야 월드와이드 파트너 지위를 2028년까지 연장했다. 현재 무선, 컴퓨터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에서 구동되는 5G,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기술 권리까지 확보했다. 올림픽 상징인 오륜기를 자사 제품에 활용할 수 있는 월드와이드 파트너 지위를 얻은 기업은 삼성, 인텔, 코카콜라 등 전 세계 통틀어 14개에 불과하다.
독점적으로 분야별 월드와이드 파트너 지위를 얻은 글로벌 기업들은 매번 올림픽마다 막대한 돈을 써가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14개 월드와이드 파트너들이 도쿄 올림픽 후원에 쓴 돈만 5억달러(약 5700억원)로 추산된다.
그만큼 효과도 있었다. 2016 리우 하계올림픽 이후 삼성의 남미 TV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올림픽 기간 삼성의 올림픽 특별판 휴대폰을 들고 있는 선수들의 장면이 전 세계 시청자에게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도쿄 올림픽은 효과는커녕 '무관중 개최'에 인한 흥행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회 내내 '골판지 침대', '후쿠시마산 선수촌 음식' 등 부정적인 이슈가 속출하며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월드와이드 파트너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관중 제한 이슈와 별도로 현재 미국 등에서는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탄압을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공화당 의원 6명은 지난 2월 "중국이 신장에서 위구르족을 학살하고 홍콩의 민주주의를 탄압했으며 대만을 위협했다"며 "베이징 올림픽 개최 신청을 다시 받아 인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국가에서 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코로나19에 정치적 문제까지 3년 전 연장 계약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올림픽 후원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삼성의 이중고가 계속되고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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