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측, '수박' 감정싸움에 "경선 끝나고 원팀 되겠나"
이낙연캠프, 국민의힘 '이재명 특검·국정조사' 요구엔 "반대"
2021-09-22 17:21:42 2021-09-22 17:21:42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격돌 중인 이재명·이낙연 후보 측이 '수박' 발언을 놓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재명 후보 측에서는 '오해'라는 입장이지만, 이낙연 측은 '이래서야 경선 끝난 후 원팀이 되겠냐'며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낙연 캠프에서 정무실장을 맡고 있는 윤영찬  의원은 22일 오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수박이라고 지칭한 분들이 민주당 당원이라면 원팀이 되겠냐"며 "이재명 캠프에서 계속해서 화합을 강조하는데 만약 수박이라고 지칭한다면 그 분들과 길을 같이 걸어갈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는 전날 "민간개발업체에 뇌물을 받아먹고, LH 공영개발 포기시킨 건 국민의힘 정치인들"이라며 "저에게 공영개발을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박을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수박은 '일베' 등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비하하는 용어로 사용됐다. 5·18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시민들이 머리에 총을 맞고 피를 흘리는 장면에 빗대 '수박'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다만, 최근 민주당 당원들은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지칭할 때 '수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낙연 측은 그간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이 이낙연 후보를 겨냥해 '수박'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한 자제를 요청해 왔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전날 SNS에 직접 '수박'을 언급하면서 양측 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원팀이라고 생각한다면 상처로 생각하는 용어를 굳이 써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캠프에서 총괄부본부장 겸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병훈 의원도 "수박이라는 표현은 홍어에 이어 일베가 쓰는 용어로 5·18 희생자를 상징하는 표현"이라며 "호남인의 자존심이자 5·18 희생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개혁비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민 의원은 "이재명 캠프에서는 의도가 다르다고 하지만 인권 감수성은 받아들이는 사람, 그로 인해 상처를 받는 사람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다시 한 번 각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낙연 캠프는 국민의힘이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데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야당이 특검을 하자는 데 기본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연루 근거가 없다. 근거 없이 정치적인 이유로만 하는 정치 공세일 뿐"이라며 "특혜 의혹만으로 국정조사도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개발업체와 담당 공무원 누군가와 부적절한 관계나 의혹이 나올 수도 있다"며 "캠프 측에서 전부 보증서겠다며 연대책임으로 나서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윤 의원은 호남 민심과 관련해 "이낙연 후보가 '결선투표로 가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며 "호남에서 이낙연 후보가 승리한다면 결선에서 반드시 대역전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라 자신한다.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를 줄여 결선투표 가능성을 확실히 열겠다"고 말했다. 
 
이재명·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측이 '수박' 발언을 두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재명 후보 측에서는 '오해'라는 입장이지만, 이낙연 측은 '이래서야 경선 끝난 후 원팀이 되겠냐'며 불쾌한 내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오후 광주 MBC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토론회 리허설에서 이낙연 후보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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