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에쓰오일(
S-Oil(010950))이 상반기 국내 정유사 중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석유화학 공장 대규모 시설 투자를 통해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린 결과다.
에쓰오일 올레핀 하류시설(ODC). 사진/에쓰오일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710억원으로 2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상반기 기준 영업익은 1조200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이는 국내 정유4사와 비교해봐도 가장 높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상반기 영업익은 1조90억원, GS텍스는 1조118억원, 현대오일뱅크는 678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의 경우 10.0%로, 타사(5.0~7.1%)를 웃돌았다.
석화 분야 대규모 시설 투자를 바탕으로 가동률을 높인 게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2018년 말 가동을 시작한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의 안정화를 바탕으로 울산공장 전체 생산설비를 최적화함에 따라 상반기 내내 최대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수익성 높은 제품의 생산 비중을 극대화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국내외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낮췄지만 최대 가동률을 유지하며 판매량 증대에도 성과를 낸 것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에쓰오일의 시설 경쟁력에 기인한 구조적인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이번 상반기 실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탁월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의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은 중질유 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 하류시설(ODC)로 이루어져 있다. RUC는 원유를 정제한 뒤 나온 중질유를 재처리하는 고도화 시설로, 휘발유 등 수송용 연료에 생산을 위한 기존 고도화 시설과 달리 프로필렌 생산에 최적화된 미래형 첨단시설이다. 여기에 원료로 투입되는 중질유는 원유보다 훨씬 저렴해서 천연가스, 세일가스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 설비에도 원가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다. RUC는 연간 70만5000톤의 프로필렌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후속공정인 ODC로 보내져 산화프로필렌(PO), 폴리프로필렌(PP)으로 생산된다.
에쓰오일은 RUC·ODC의 가동으로 저가의 고유황 중질유 제품을 전량 재처리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함으로써 수익성을 제고했다. 또 지난 2년 간 RUC·ODC의 운전 효율 향상에 꾸준히 노력한 결과 당초 예상했던 최대 생산 용량을 훨씬 넘는 수준의 안정적 공장 가동에 성공했다.
RUC의 경우 당초 예상치의 105%에 달하는 하루 8만4000 배럴의 중질유 처리하여 제품을생산하고 있다. PO 공장의 경우 가동 초기 연산 30만톤에서 현재 35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에쓰오일은 올해 초 중질유 탈황시설(RHDS)의 증설을 완료, 수익성이 높은 초저유황 제품 생산을 극대화했다. 상반기 싱가포르 석유제품 시장에서 저유황 중질유는 고유황 제품에 비해 배럴당 15달러나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에쓰오일은 장기 성장 전략에 기반한 투자와 운영효율 향상으로 싱가포르 정제마진 약세로 불리한 여건에서도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하는 뛰어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중질유 가격 약세로 인해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좋지 않아 경제성이 낮은 역내 정제설비들은 가동률을 낮추었으나 에쓰오일은 신규 시설의 안정적 운영을 바탕으로 기존 생산설비를 포함한 울산공장 전체를 최적화하고 최대 가동을 지속하면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사진/에쓰오일
고도화시설 가동 이후 수익 창출원도 다양해졌다. 석화, 윤활기유 등 비정유부문은 영업익의 58.8%, 매출액 비중으로는 28.3%를 차지했다. 이는 RUC·ODC 가동 직전인 지난 2018년 상반기(20.3%)에 비해 39%나 증가한 규모다.
정유부문은 매출액(8조6456억원)과 영업익(4945억원)으로 전체의 각각 71.7%, 41.2%를 차지했다. 아시아지역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약세를 지속해온 어려운 여건에서도 견고한 영업이익을 실현하여 사업부문별 균형 잡힌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윤활기유 부문은 매출액 비중으로 9.8%(1조1858억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39.4%(4734억원)를 창출했다. 국내외 정유사들의 가동률 축소 영향으로 윤활기유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여 마진이 높게 형성된 시장 여건을 십분 활용한 영향이다.
에쓰오일은 국제 품질등급에 따른 그룹 I, II, III 윤활기유를 모두 생산하며, 하루 4만4700배럴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세계 윤활기유 시장의 핵심 공급업체이다. 특히 고성능 친환경의 초고점도지수의 그룹 III 윤활기유 비중이 70%에 이르는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후세인 알 카타니 최고경영자(CEO)는 신규 설비의 운영 안정화를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울산공장 전체의 최적화, 효율성 향상 등 경제성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적 의사결정으로 괄목할 성과를 견인했다.
석유제품 수요 감소 영향으로 가동률을 낮춘 국내외 정유사들과 달리 에쓰오일은 상반기 내내 최대 가동률을 지속했다.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최악의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던 지난해 2~3분기에 주요 생산설비의 정기보수를 단행하며 경기 회복에 대비한 노력이 적중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에쓰오일은 정기보수로 인한 가동 중단 없이 주요 설비를 모두 최대 가동하고 있다. 주요 생산설비의 가동률은 원유정제 98.8%, 중질유 분해 103.9%, 올레핀 생산 109.7%, 윤활기유 101%로 ‘풀가동’ 중이다.
첨단 석유화학 복합시설을 중심으로 울산공장 운영 체계를 최적화하고, 경제성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극대화함에 따라 하반기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주춤했던 경제 활동이 증가하고 이에 수송용 연료의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정제마진 또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주력 품목인 PO와 PP도 견조한 수요 회복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시황이 개선될 전망으로 윤활기유는 고품질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강해 스프레드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은은 석유화학 비중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사업다각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수소 연료전지 기업인 FCI 지분 투자를 비롯한 신사업 분야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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