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항공업계가 국제유가 하락 신호 속 델타 변이 변수에 웃지 못하고 있다. 항공유 가격 하락으로 원가절감을 꾀할 수 있게 됐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수요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7.42달러를 기록했다. 반발 매수세에 전일 대비 소폭(1.5%) 상승한 수치지만, 전일 OPEC+ 산유국 증산 소식에 7.5% 떨어진 여파로 이틀 연속 60달러대를 유지했다.
올 들어 고공행진을 지속해온 국제유가는 OPEC+ 감산 완화 합의를 기점으로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배럴당 70달러 중반을 넘어서는 등 3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공급 이슈 일부 해소에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이는 유가에 민감한 항공업계에 희소식이지만 정작 당사들의 표정은 좋지 않다. 수요 회복을 저해하는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유가 보다는 1년 이상 바닥을 친 수요에 보다 큰 타격을 받아 온 만큼, 호재 보다는 불확실성이 짙은 악재 무게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국제선 여객은 전년 동기 1297만명 대비 90.8% 감소한 119만명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여객수 역시 코로나19 타격이 없었던 2019년 4556만명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던 만큼 체감하는 타격은 더 크다. 그나마 최근 본격화 된 백신 접종과 정부의 트래블버블 추진 등의 수요 회복 촉진 요소에 하반기 회복 기대감만으로 버텨왔지만 분위기는 이와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인천공항 CIQ에서 아랍에미레이트 발 입국민들이 코로나19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음성 확인서를 지참하고 입국심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2주째 1000명 이상씩 발생 중인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0일 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1665명이 발생해 최종 집계도 전에 이미 최다치를 경신했다. 이날 최종 확진자는 1784명으로 1800명에 육박한다. 기존 최다 확진자 수는 지난 14일 1615명으로 불과 일주일 만에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특히 전체 확진자 중 델타 변이 바이러스 비중이 30%를 넘어서는 등 수 주내 우점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불확실성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한된 국제선 수요에 출혈 경쟁을 불사하며 국내선에 집중하거나 화물 비중을 늘려가며 버텨온 업계 입장에선 '산 넘어 산'인 셈이다. 특히 저가항공사(LCC)들의 경우 대다수 기업이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기초체력 자체가 많이 약해져 있어 하반기에도 불황이 이어진다면,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래블버블 협정에 맞춰 운항하기로 한 해외 노선은 일단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한 상태지만, 협정 합의문에 방역상황이 악화될 경우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장담하기 어려워 졌다"라며 "무엇보다 여행 수요는 분위기와 함께 살아나야하는데 최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여건 등은 이와 정 반대로 흐르고 있어 하반기 전망도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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