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통일부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자 당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의 단독 회동에서 '전 국민재난지원금'에 합의했다 원내지도부 반발로 한 발 물러서는 모습까지 보이자, 이 대표의 리더십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통일부와 여가부 폐지 주장을 계속 이어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외교과 통일 업무가 분리된 건 비효율적"이라며 통일부를 없애야 한다고 시작한 뒤, 12일 <뉴스토마토>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당장 내일 통일이 된다고 해도 통일부는 할 일이 없다"며 '통일부 무용론'까지 펼치며 주장의 강도를 높였다.
이 대표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선 "대선 후보 되실 분은 (여가부) 폐지 공약은 되도록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당론으로 공식화하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의 이런 주장은 당내 의원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최고위원인 조수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여가부 폐지에 대해 "양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부처나 제도는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식으로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거나, 그것을 통해서 한쪽의 표를 취하겠다고 해서는 또 다른 결의 '분열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라며 "상식을 가진 국민, 민심과 당심이 다르지 않은 국민의힘 지지층이 바라는 바가 결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초선의 윤희숙 의원 역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가부가 인심을 잃은 것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여가부 폐지는 딱 칼로 자르듯이 얘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이어 "청소년, 다문화가정, 성폭력 피해자 보조 같은 여가부 기능의 공백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구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폐지 주장에 대해선 당 중진 의원들이 비판이 잇따랐다.
4선의 권영세 의원은 "이명박 정부 초기 일부 인사가 통일부는 폐지가 마땅하다는 말을 해서 경악을 했다"며 "다시 통일부 무용론이 나오니 당혹스럽다"고 했다. 권 의원은 "문재인 정부 통일부가 한심한 일만 한 것은 맞지만 없애는 것은 아니다"며 "쓸데없이 반통일 세력의 오명을 뒤집어쓸 필요도 없다. 통일부는 존치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주장이 대선 선거 전략상으로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통일부 폐지)반대 여론이 많아진다"며 "선거를 앞두고는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다가도 새로운 변경을 하려고 할 때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나쁜 인상을 갖고 판단한다"라고 했다.
이처럼 이 대표가 당내 의견 수렴 과정 없이 독단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을 두고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여가부 폐지 수준이라면 당 대표는 당론을 모으고 당이 따르게 하든지, 아니면 합의를 도출했어야 했다"며 "당내 여가부 폐지에 동조하는 여론이 있다 보니, 문제라는 걸 인지를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또 "통일부 폐지도 정책적 차원에서 당론을 모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중진 의원들이 반발하는 건 리더십이 없다는 것이고, 당내 민주적인 절차를 못 밟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박 교수는 이 대표의 리더십이 대선 국면에서는 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대선 관리에 있어 당 대표는 엄격하게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며 "어쩌면 당의 민주적인 운영보다 고차원적인 정치 공학이 동원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이 대표가 앞으로 더 험난한 일이 많을 것이고 혹여 자충수를 두면 '엑스맨'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의 리더십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통일부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자 당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의 단독 회동에서 '전 국민재난지원금'에 합의했다 원내지도부에서 거세게 반발하자 한 발 물러서며 모습까지 보이며, 이 대표의 리더십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13일 이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