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 쓰러진 여성 외면' 논란…씁쓸한 가짜뉴스 해프닝
젠더 갈등으로 번진 커뮤니티글…최초 신고자 "사실과 다르다" 반박
'착한 사마리아인 법' 국내 없어…"도와줬다가 소송 당할라" 걱정
2021-07-08 06:00:00 2021-07-08 06:00:00
[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2021년판 '착한 사마리아인' 논란이 해프닝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하철에서 쓰러진 여성을 주변 남성들이 '성추행범'으로 몰릴까 우려해 외면했다"는 글이 확산된 바 있다. 그러나 '최초 신고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등장해 남성들이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내용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지하철에서 생긴 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글 작성자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지하철 3호선에서 한 여성이 쓰러졌다. 그는 "쓰러진 여성이 짧은 반바지에 장화를 신고 있어 신체 노출이 조금 있었다. 때문에 해당 칸에 있던 어떤 남성들도 그 여성을 부축하거나 도울 생각을 하지 않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결국 아주머니들과 젊은 여성들이 도와 지하철 밖으로 여성을 부축해 나갔다"고 했다.
 
해당 글을 접한 대다수 누리꾼들은 "짧은 옷을 입은 여성을 도와줬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 있다", "여자 도우려다 쇠고랑 찰 바에는 모르는 척하는 게 낫다", "남성이 여성을 도울 의무는 없다" 등 쓰러진 여성을 돕지 않은 것에 공감했다.
 
이후 해당 게시글은 각종 커뮤니티로 확산됐고, 누리꾼들 사이에선 자칫 성추행범으로 몰릴 바에는 외면하는 게 맞다는 주장과 위험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는 것은 도의적 책임에 어긋난다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기사와 관련없는 사진. 사진/뉴시스
 
그러나 해당 사건의 최초 신고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하철 핫팬츠녀로 기사난 사건의 119 최초 신고자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당시 신고 내역이 담긴 통화기록을 증거로 첨부하며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있어 정확히 사건에 대해 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제 앞에 서있던 20대 여성 분위 제 위로 쓰러졌다. 순간 남자 여자 할 거 없이 그 분 주위로 몰려들었다"라며 "여성 한분과 남성 두분이 그분을 들어서 압구정 역에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지어 딱히 핫팬츠도 아니었고 장화도 신고 계셔서 성추행이니 뭐니 할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 도와주신 분들은 그냥 자리가 멀리 떨어져 있거나 해서 안 도와주신 거지, 정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서 괜찮냐고 물어보고 다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아직 살만하구나, 세상이 아직 따뜻하구나 느꼈다"며 "제대로 상황을 보지도 않은 분이 커뮤니티에 이상하게 글을 올려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지 않는 사회가 될까 무섭다"고 우려했다.
 
해프닝으로 마무리 된 이번 논란이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유는 도움을 주려다 성추행범으로 몰리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서다.
 
지난달 8일 한 음식점 화장실에서 주저앉은 여성을 부축하다 성추행범으로 몰린 남성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기도 했다. 2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대전의 한 식당 화장실에서 여성 B씨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가 화장실 문을 닫지 않은 채 구토를 한 뒤 밖으로 나오다 자리에 주저앉자 그를 일으켜 세워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도입되지 않아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이 법은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을 구조할 수 있음에도 고의로 구조하지 않은 자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다. 해외에선 프랑스, 폴란드,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이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한적으로 형법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혹은 계약상 의무가 있는 자에 대한 책임, 경범죄처벌법에서 자기가 관리하는 곳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관리상의 책임 등을 규정하고 있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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