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 프리랜서 A씨는 지난달 중순 아스트라제네카(AZ) 1차 접종했다. 이달부터 백신 접종자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니지 않아도 되지만, 공원 산책을 할 때 여전히 턱스크를 하고 다닌다. 공원에 다니는 사람들을 둘러봐도 마스크를 벗은 사람이 안 보여 마스크를 벗고 다니기 눈치 보이기 때문이다. A씨는 "공원에서 스치는 사람들은 내가 백신을 맞았는지 모를텐데 가시눈으로 처다볼까 두렵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 코로나19도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에 마스크를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 얀센 백신을 접종한 회사원 B씨도 마찬가지다. B씨의 회사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회사 내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공지했지만, B씨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회사에는 백신을 접종한 30~40대 남자 직원들이 많은데도 마스크를 벗은 사람을 보지 못했다. 또 50대 부장들은 백신을 맞지 못해 마스크를 쓰고 일하기 때문에, 부하직원 입장에서 마스크를 벗는 게 눈치보이는 게 사실이다. 얀센 백신이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노 마스크'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 1일부터 백신을 한 번이라도 접종한 이들은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 공원이나 등산로 등 실외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백신을 1차 이상 접종한 사람들은 실외나 실내서 마스크를 벗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일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826명으로 집계됐다. 8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6개월만이다. 식당과 학원 시설을 통한 집단감염 확대로 수도권에서만 600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1주일 연기한 상태다.
코로나19 백신 1차 이상 접종자에 대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난 1일 서울시청 전광판에 백신 접종자의 실외 노마스크 가능 관련 문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감염력이 강한 인도발 델타 변이도 우려스럽다. 델타 변이는 영국에서 발생한 알파 변이보다 전염력이 60%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수도권에서 발생한 '서울 홍대 주점-수도권 영어학원' 집단감염 사례에서 델타 변이 감염자가 발견됐다. 해당 사례에서 확인된 델타 변이 감염자는 9명이지만 관련 누적 확진자 242명 전체를 잠재적 델타 변이 감염자로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외에도 미국 등 백신 접종 모범국들도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노 마스크'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접종자도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마리안젤라 시마오 WHO 사무부총장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끝냈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백신만으로는 지역사회 전파를 막을 수 없다. 지속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환기가 되는 곳에 머무르며 거리두기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미국 질병통제예상센터(CDC)는 백신 접종 완료자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백신 완전 접종자들은 미국에서 퍼지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를 상당 수준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완료자의 경우 대부분의 상황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자칫 방역이 느슨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다른 국가들을 보더라도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게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률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며 "전반적인 방역을 이완시키는 효과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백신 1차 이상 접종자에 대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한 시민이 마스크를 벗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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