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소기업의 신뢰자산, ‘시스템’을 갖춰라
2021-06-29 06:00:00 2021-06-29 06:00:00
“그걸 어떻게 믿어요?” “저 사람은 몇 번을 얘기해도 못 알아들어” “그 사람은 도대체 신뢰할 수가 없어” “나를 못 믿겠다는 겁니까?”와 같은 말에서 무엇을 느껴야 하나? 한마디로 서로의 말과 행동에서 신뢰의 부재를 실감하게 된다. 신뢰(信賴·Trust)는 사전적으로 ‘굳게 믿고 의지한다.’는 뜻이다. 어원은 독일어 Trost로, ‘편안함’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신뢰는 구성원들이 서로 믿고 의지함으로써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집단의 결합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불신사회, 신뢰가 없는 사회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3대 거짓말 범죄(사기·무고·위증)가 47만7000건으로 최고치에 이르렀다. 증가수치도 1년 전보다 12.9%가 늘었다. 한국은 신뢰의 척도가 되는 사회자본이 167개국 중 142위의 수준이다(2019년). OECD의 사회신뢰도 조사(2016년)에서는 '타인을 신뢰한다'는 비율이 26.6%로 OECD 평균 36.0%에 크게 못 미치며 23위에 머물렀다. 수년전 직장인 1108명의 조직신뢰도를 조사에서는 100점 만점에 50점,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는 47.2점으로 낮게 나왔다. 
 
신뢰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다. 특히 기업에서의 신뢰는 생산성과 성과, 구성원의 만족도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커 더욱 중요하다. 기업의 신뢰도 형성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주체는 다름 아닌 경영자다. 최고의 의사결정력과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회사 내에서 경영자에 대한 불신이 싹튼다면,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공정하지 않다'는 것인데, 이는 경영자가 일관성 없이 상대나 사안에 따라 자신의 감정과 주장을 내세워 입장을 바꾸는 경우다. 구성원의 신뢰를 저버리는 또 다른 경우는 바로 회사의 목표나 비전을 명확히 하지 않고 폐쇄적인 방식의 경영으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우선할 때다. 이러한 경우 경영자는 구성원을 헷갈리게 하고 그들의 자존감을 떨어트리며 의욕을 저하시킨다. 이는 결과적으로 조직을 위험에 빠트린다.  
 
특히 인원이 소수인 중소기업에서 경영자의 이같은 행동은 갈등과 반목을 일으키고, 근무태만이나 퇴직의 원인으로 작용해 인력난을 가중시킨다. 그러니 작업자 한두 명만 없어도 조업차질을 빚는 중소기업에서 신뢰 문화의 구축은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신뢰를 구축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안정된 기업이 되는 비결은 두 가지다. 첫째는 신뢰자산의 구축이다. 대표적인 신뢰자산은 시스템이다. 최고경영자의 입이나 손짓이 아닌 규정과 원칙에 의해 돌아가는 체계 말이다. 그 예로 ‘정관’이 있다. 다만 기업의 다양성을 정관으로만 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세부적인 ‘사내규정’, ‘요령’, ‘지침’, ‘기준’, ‘표준’ ‘계약서’등을 만들고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 이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5~10여명 수준의 중소조직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최소한의 시스템은 갖추어야 한다. 문서화(documentation)의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한번 작업해 두면 업무영역,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할 수 있어 경영의 지침이나 안내서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문서화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언행의 신뢰방식이 감정적이거나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때 그때의 말이나 행동에 의존해 일을 처리하면 문제 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원인과 결과가 모호해지기 십상이다. 사람만을 믿는 것이 현명한 방법은 아니라는 얘기다. 
 
신뢰의 구축에 필요한 또 한가지 요소는 문화다. 규정을 지키되 서로 존중·배려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조직 내 신뢰의 구축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룰(rule)인 시스템’, 즉 합리적인 약속을 만들고 이를 인격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고경영자가 솔선수범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많은 중소기업에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을 데려다 일을 맡기는 예가 많다. 그러나 가족은 공사구분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개인적 관계나 특성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지속가능한 신뢰의 구축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어떤 기업이든 규정과 원칙을 내세워 공사를 구분하고 정리해야 신뢰의 기반이 마련된다.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10%p 상승하면 거래비용의 감소로 경제가 0.8%p 성장한다”는 한 연구결과도 있다. 신뢰는 대인관계와 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조직과 조직원의 '편안함'을 이끌어내 생산성을 높이고 불신비용을 줄이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이의준 사단법인 한국키움경제포럼 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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