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히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정몽규 HDC 회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지난해 부채를 크게 늘리고, 이를 대부분 금융 상품 투자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1년 만에 늘어난 자본총계 규모보다 1년 만에 금융상품에 투자한 금액이 2배를 넘었다.
다른 자본총계를 1년 만에 금융투자에 활용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적어도 금융상품에 투자한 금액 중 최소 절반 가량은 차입금 등을 직접 활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은 1년 만에 부채 규모를 1조2천억원 가까이 늘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고 신 성장 동력을 찾아야 되는 정몽규 회장이 금융업에 관심을 돌린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금융 상품 투자만으로 기업의 지속 성장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자체 분양 규모도 크게 줄면서 신 성장 동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9일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말 기준 부채규모를 3조3730억원까지 늘렸다. 이는 전년(2조1778억원)보다 1조1952억원 늘어난 수치다. 부채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단기차입금이 전년보다 6006억원 늘었고, 장기차입금도 1339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사채규모도 전년(1795억원)보다 4084억원 상승했다. 차입금과 사채 확대가 전체 부채규모를 끌어 올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해 투자활동현금흐름이다. 지난해 투자활동현금흐름은 1조12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는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단기금융상품 처분으로 4조4727억원을 벌었지만, 다시 5조3101억원을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했다. 여기에 전년에는 투자하지 않았던 장기금융상품에 새롭게 1655억원을 투자했다. 금융상품 투자에만 1조29억원을 사용한 것이다.
기업이 영업활동 이외 투자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HDC현대산업개발의 투자활동이 눈에 띄는 이유는 빚내서 금융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전년 대비 51113억원 늘어난 2조7430억원의 자본총계를 기록했다. 유상증자와 이익잉여금을 통해 자본총계를 5113억원 늘린 것이다.
1년 만에 늘어난 자본총계를 모두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고 해도 5000억원 가량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저기 자산으로 흩어져 있는 기존의 자본총계를 1년만에 금융상품에 투자하기는 물리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오히려 3610억원에서 5266억원으로 상승했다. 적에서 금융상품에 투자한 나머지 5000억원 정도는 차입금 등을 직접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HDC현대산업개발이 빚내서 금융투자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 단계 도약을 꿈꿨지만, 인수를 포기하면서 좌절된 상태다.
이 때문에 새로운 신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정 회장의 최대 숙제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빚내서 금융투자에 집중하는 경영 전략은 기업의 지속 성장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한 자체 분양사업도 주춤한 모습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분양매출 325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7862억원)보다 절반 이하로 하락한 수치다. 매출 하락 뿐 아니라 영업이익률도 급감해 더 이상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자체사업 영업이익률은 9%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24%를 기록한 전년보다 15%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특히 자체사업 영업이익률이 외주주택 영업이익률(18.7%)보다 낮아 차라리 자체 사업보다 외부 공사를 맡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더 돈이 남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1분기 전년보다 31%나 급감한 매출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매출액은 신규 분양분양 축소로 지난해부터 감소하고 있다.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13.7% 하락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