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국인…망설이는 개미
외인, 5개월만에 순매수 전환…개인 매수강도 갈수록 약화…"투자여력 충분, 예탁금 증가세"
2021-04-29 06:00:00 2021-04-29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올 들어 석달간 박스권(2950~3150)을 맴돌았던 코스피가 최고점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매도세로 일관한 외국인이 4월 들어 매수세로 전환, 코스피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매수 강도는 약해졌다. 내달 3일 재개되는 공매도에 대한 공포심으로 투심이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5492억원을 순매수 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만의 순매수 전환이다.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에 코스피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 기간 코스피는 5.03% 상승하며 월 기준 올해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 배경에는 거시경제 여건의 변화가 꼽히고 있다. 지난달 1.7%를 넘었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달들어 1.5%대 까지 하락했으며, 현재 1.6%대에 머물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은 주식투자의 매력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다. 채권금리(안전자산)가 오르면 주식(위험자산)과의 기대 수익률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가 주춤해진 것도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 매력을 높인 요인이다.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지난달 말 연고점을 찍고 1.5% 이상 내려왔는데,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향후 주식투자 수익과 함께 환차익을 통한 수익도 기대할 수 있어 외국인 자금 유입에 도움이 된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외국인의 장바구니도 변했다. 그동안 금리상승의 피해주로 여겨지던 대형 성장주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것이다. 금리상승 기간(2~3월) 경기 민감주와 금리상승 수해주(은행·보험)를 집중 매수하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성장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다.
 
이달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은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으로 투자 매력이 높아진 SK텔레콤(017670)으로 3796억원을 순매수 했다. 2위는 삼성전자(005930)로 3038억원을 순매수 했다. 순매수 3~5위는 POSCO(005490)(2527억원), LG화학(051910)(2113억원), DL이앤씨(375500)(1397억원), 엔씨소프트(036570)(1273억원)가 차지했다. 
 
외국인이 5개월만에 매수우위로 전환했으나 개인들의 매수 강도는 약해졌다. 이달 개인은 올해 들어 가장 적은 금액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개인투자자들이 순매수한 금액은 3조9559억원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6조2422억원)에 비해 순매수 금액이 2조2863억원을 감소했다. 개인 순매수 강도가 가장 강했던 지난 1월(18조7119억원)에 비해 78% 급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강도는 줄었으나 개인들의 투자여력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거래를 위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들어 다시 70조원대에 근접했다. 지난 11일 57조6371억원이었던 투자자예탁금은 26일 기준 68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예탁금 증가 배경에는 최근 암호화폐 가격 조정과 SK IET의 기업공개(IPO)가 꼽힌다. 
 
국내외 정부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했고, 암호화폐의 투자 매력도 줄었다. 실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가능성을 언급한 지난 22일 투자자예탁금은 69조4172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최대 IPO로 꼽히는 SK IET의 IPO도 예탁금 증가 요인이다. 공모주 청약을 위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모이면서 증시예탁금도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가 박스권을 횡보하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강도가 줄었으나 개인의 매수여력은 충분히 높다”며 “이번 IPO에 몰린 자금이 증시에 유입되면 수급 개선에 따른 코스피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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