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쿠팡이 무료배송을 전격적으로 시행하자 대형 유통업체들이 일제히 최저가 경쟁에 나선 가운데 롯데마트까지 뛰어들면서 고객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0여년 만에 재현되는 유통업계 최저가 경쟁에 이커머스 업계도 가세했지만,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가 10여년 전과 달라져 실질적인 성과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15일부터 가공·생활 500개 생필품 최저가에 동가 대응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롯데마트 GO'앱 스캔 결제 시 해당 물품에 대해 엘포인트를 5배 적립해준다 .대형마트들의 가격 정책상 생필품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고 가격 비교에 대한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일자별·실시간 가격 대응이 아닌, 대형마트의 행사 단위인 주 단위로 가격 대응을 결정했다.
이마트는 지난 8일부터 경쟁사보다 비싼 제품이 있다면 차액을 돌려주는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시작했다. 최저가격 비교 대상은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 3개 온라인몰이며, 고객이 구매한 상품 중 이마트보다 더 저렴한 상품이 있으면 ‘e머니’로 적립해준다.
가격은 이마트앱이 자동으로 비교하며, 차액을 보상받기 위해서 고객은 이마트앱 좌측 하단의 ‘영수증’ 탭에 들어가 구매 영수증 목록의 ‘가격 보상 신청’ 버튼을 누르면 된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뿐 아니라 이커머스 업계도 할인이벤트에 대응하면서 다양한 업태를 아우르는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상장을 준비하는 마켓컬리 역시 신선식품 중심으로 약 60개 상품을 1년 내내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마켓컬리는 주요 온라인 마트의 동일 제품을 매일 모니터링하며 가격대를 파악하고, 상품 판매 가격에 반영해 최저가를 책정한다. 상반기 내엔 롤휴지와 미용티슈 등 리빙 제품을 온라인 최저가 행사에 포함할 예정이다.
GS리테일의 온라인 장보기몰 GS프레시몰은 물가 민감도가 가장 높은 채소류를 매일 50여종 선정해 초저가 콘셉트로 판매하는 채소 초저가 전용관 상품 매출이 620% 이상 늘면서 상시 운영하기로 했다. GS프레시몰은 주요 온라인 몰의 유사 상품 가격을 모니터링해 매일 2회 가격 정책을 조율한다. G마켓·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12일부터 최저가 경쟁에 뛰어들어 18일까지 마트 뷰티 상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GS프레시몰 채소 초저가 전용관 이용 모습. 사진/GS리테일 제공
최저가 전쟁이 과열되면서 일각에서는 '제살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한국 소비시장이 위축돼 있다가 보복심리가 작용하면서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해 모든 업체가 가격경쟁에 뛰어든 것"이라면서 "유통 생태계를 헤칠 수 있어 지속 가능하지 않고, 납품업체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 혜택이 낮고, 마케팅 효과도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마트의 경우 현금이 아닌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사용 가능한 'e머니'로 차액을 돌려주기 때문에 마케팅에 비해 고객이 받는 혜택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10여년 전 대형마트 3사가 10원 경쟁을 벌일 때와 달리 소비자 행태도 크게 변화해 비싸더라도 좋은 품질의 상품을 찾거나 가치소비를 하는 상황에서 가격전쟁이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결국엔 모든 유통 업체가 최저가를 외치면서 가격이 같아지는 우회적 담합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의 EDLP 정책을 적용한 주요 상품 가격비교 표. /마켓컬리 제공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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