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SK텔레콤(017670)의 지배구조 개편안 공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SK텔레콤이 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모 그룹인 SK㈜의 자회사로 편입해 그룹사 전체의 경영 효율을 높이고 자사의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다.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언급됐던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사진/SK텔레콤
12일 업계에 따르면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오는 14~16일께 사내 타운홀 미팅을 통해 중간지주사 설립 등 지배구조 개편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지난달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오는 4~5월 중으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000660), 나아가
SK(034730)그룹 전체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를 떼어내고 본격적으로 ICT 사업을 전개하는 탈통신 전략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 지위에서 벗어나 인수·합병(M&A)이나 투자를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해야 한다. 내년부터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주사는 현행 20% 이상 보유로 규정된 자회사 지분율을 30%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SK텔레콤이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은 20.1%다. SK텔레콤이 자회사인 SK하이닉스 지분을 10% 추가 매입하는 데는 약 10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인적분할을 위해서는 약 반년의 시간이 걸리기에 SK텔레콤은 상반기 내로 지배구조 개편안을 확정지어야 했다.
증권가가 제시하는 시나리오는 약 세 가지다. 첫 번째는 SK텔레콤이 인적분할로 중간지주사 전환하는 방안, 두 번째는 SK㈜와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가 합병하는 방안, 세 번째는 SK텔레콤이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을 동시에 진행해 SKT홀딩스(가칭)와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를 세우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첫 번째 시나리오는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사업회사와 투자사인 중간지주사로 나누는 인적분할 방식이다. 사업회사가 아닌 지주사(투자회사)의 자회사가 되면 피인수 기업을 100% 인수하지 않고도 M&A를 진행할 수 있다. 적극적인 투자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SK그룹 전체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평가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SK㈜과 SK텔레콤이 인적분할하는 중간지주사가 합병하는 방안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가 SK㈜의 자회사로 올라서게 돼 사업 확장 범위가 더 넓어진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부문과 그 외 부문(SK텔레콤 이동통신 사업 및 보안·커머스·콘텐츠 등 사업)을 인적분할해 SK하이닉스와 SKT홀딩스(가칭) 두 회사로 나누는 방안이다. 동시에 SKT홀딩스에서 이동통신 사업을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편입한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은 투자회사인 SKT홀딩스 아래에 사업 자회사들을 거느리게 된다.
업계는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의) 인적분할이 오너를 위해 SK 주가를 올리고 SK텔레콤의 주가를 하락시킨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지만 이는 당위적인 접근에 기반한 오류"라며 "지배구조 개편의 원론적 목적이 기업가치 재평가인 만큼 (SK㈜) 오너에게만 유리한 개편안을 제시하는 것은 소액주주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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