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IT 인재 확보 전쟁이 통신업계까지 번졌다. 탈통신·ICT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핵심자원이 될 인재 확보를 위해 SK텔레콤은 임직원 임금 인상을 시작했고, KT는 자사주 배분 등 기업가치 제고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ICT 전문 조직 부서 신설과 활발한 경력직 채용, 성과급 개선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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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ICT 업계 인재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8일 노사임금협상 태스크포스(TF)에서 임금협상 타결금 명목으로 전 직원에게 800만원을 지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구체적인 지급 금액이나 시기 등은 오는 11일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을 넘어 ICT업계 인재 확보 경쟁 환경에서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 제공을 위해서는 최고의 인재확보 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최고의 회사 직원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겠다는 취지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인재확보를 위해 임직원 급여 대우를 개선하는 이유 중 하나로 개발 인력 수급을 위해 도미노처럼 연봉을 인상하고 있는 게임·포털 기업이 꼽힌다. 지난달 초 넥슨이 인력 확충을 위해 임직원 연봉을 일괄적으로 800만원 인상한 데 이어, 넷마블·컴투스·게임빌·베스파 등도 이에 질세라 연봉을 800만~1200만원 더 올렸다. 최대 인상폭을 기록한 곳은 크래프톤과 웹젠이다. 크래프톤은 개발직군을 대상으로 연봉을 2000만원 인상했고, 웹젠은 전 직원 대상으로 연봉을 평균 2000만원 올렸다.
포털·게임업계와 같이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한 SK텔레콤과 달리 KT와 LG유플러스는 다른 가치를 내세우며 직원 처우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사원 복지나 워라밸(업무와 일상의 균형), 풍부한 데이터 등을 강조하면서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재 확보를 바라본다는 전략이다.
익명을 요청한 이통3사 관계자는 "저쪽이 800만원을 올린다고 우리가 1000만원을 올리는 식의 급여 측면으로 경쟁을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며 "이를 실효성 있는 인재 확보 '전략'이라고 보기는 조금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KT는 복지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여성 임직원이 근무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거나 자사주를 지급하는 등 ESG 측면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KT 관계자는 "단기 이벤트 성이 아닌 실체적으로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게임업계는 근속 연수가 짧은 데 비해 저희는 근속연수가 길다는 점에 주목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부서를 신설하고 역량있는 인재를 대규모 영입했다. 지난해 약 30% 늘어난 영업이익을 임직원과 나눈다는 차원에서 성과급을 두 배 이상 인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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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다양한 가치를 강조하는 것으로 개발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기업이나 대기업 계열사인 인터넷 서비스(SI) 기업보다 네카쿠배라(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라인 등 개발자 연봉이 가장 높은 국내 기업들을 칭하는 말)를 택하는 게 금전적으로 이득이라는 시각이 업계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과급 문제로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은 연초부터 노사가 갈등을 빚었다. LG전자도 성과급 지급 시스템 등에 불만을 제기하며 지난 2월 말 처음으로 연구·개발·경영 등을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직 노조'가 생겼다.
이렇다보니 대기업에 재직 중인 개발자들도 포털·게임사나 일부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통3사 중 한 곳으로 이직한 개발자 A씨는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정보나 지인들을 통해 얻은 정보를 종합하면 이미 많은 게임·포털 업계의 신입 초봉이 이통 3사를 넘어섰고 경력직 대우도 더 좋게 해주고 있다"며 "네이버나 쿠팡으로 이직한 동료들과 비교하면 (나의) 연봉이 낮은 편이다"며 불만을 표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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