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절차적 민주주의 훼손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2021-01-29 06:00:00 2021-01-29 06:00:00
더불어민주당이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밀어붙이려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을 이런 식으로 강행하는 것은 87년 민주화 이후에 만들어진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조차도 훼손하는 행위이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살펴보겠다.

첫째, 한정애 의원(현 환경부 장관) 등이 발의한 특별법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등 사전절차를 단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는 외환위기(IMF)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 정부 시절인 1999년에 도입됐다. 국가재정의 낭비를 초래할 문제가 있는 대형사업을 초기단계부터 막겠다는 취지였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서 92건 59조원이 넘는 사업예산을 보류시킬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참여정부는 2006년 국가재정법을 제정하면서 예비타당성 조사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런데 여당은 가덕도 신공항에 관해선 이런 제도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둘째, 법안비용 추계도 안 되는 상황에서 특별법을 졸속으로 발의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국회법에 도입된 '법안비용 추계' 제도는 당시 여야가 합의해서 구성한 국회개혁특별위원회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국가재정이 투입되어야 하는 법안을 제출할 때에는 어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지를 추계해서 첨부하도록 했다. 무분별한 예산낭비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데 한 의원 등은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법안비용 추계서를 첨부하지 못했다. 그리고 국회예산정책처는 법안비용 추계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 이유는 '지금 시점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공사의 구체적인 규모 및 향후 공항 건설지역에 입주하는 외국인투자기업의 규모 등을 예측하기 어려워 제정안에 따른 추가 재정소요를 합리적으로 추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신공항 건설사업인데, 얼마의 예산이 투입될지에 대한 비용추계도 없이 특별법부터 통과시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일이다.

셋째, 특별법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무조건 추진한다는 전제 아래 신공항 건설사업 실시계획이 승인되면 31개의 법률에 따른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하는 등 절차가 졸속으로 진행될 여지를 너무 많이 만들어 놓았다. 산지관리법에 의한 보전산지의 지정도 쉽게 해제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앞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하게 되겠지만, 이렇게 특별법으로 사업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실시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환경영향평가의 법적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1993년 제정된 환경영향평가법도 큰 틀에서 보면 민주화의 성과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특별법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의미도 무력화시키는 말이다. 게다가 환경부 장관이 된 한 의원은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당사자다.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겠다고 한 사람이 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 장관이 된 상황에서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처럼 특별법에는 87년 민주화 이후에 만들진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민간사업자에게 주변의 토지개발권을 부여한다든지, 외국인 투자기업·교육기관·의료기관이 국·공유 부동산을 50년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든지 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모두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게다가 특별법은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추진하는 선거용이라는 게 너무 명백하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선거를 앞두고 특별법으로 특정 개발사업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매우 나쁜 선례를 만든다. 앞으로 들어설 정권에서도 선거 승리를 위해 대규모 개발사업을 특별법으로 밀어붙인다면, 대한민국은 더더욱 토건정치의 악순환에 빠져들 것이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시대에 이런 식의 토건정치가 계속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따라서 특별법은 철회되어야 한다. 결코 4월 전에 국회를 통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국무총리실에 설치됐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는 기존에 추진되던 김해 신공항에 대한 검증만 했을 뿐 가덕도 신공항의 타당성에 대해선 검증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에서 일부 문제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전혀 새로운 사업을 타당성 검증 없이 추진한다는 건 국가의 정책결정 과정을 근본적으로 왜곡시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촛불정부와 민주정부를 표방하는 정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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