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짬날 때마다 내가 그 입장이라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생각을 많이 합니다. 생각난 아이디어를 직원들과 대화 나누는데 한 시간 이상 너무 많이 쏟아내면 싫어할 때도 있어요.”
지난 22일 은평구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일명 ‘라면 구청장’이라 불린다. 지역정치에서 잔뼈가 굵은 김 구청장은 취임 이후 각종 현안을 맞닥뜨리면서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틈새를 메우는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은평구의 아이맘택시다. 아이를 많이 낳지 않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진 요즘, 김 구청장은 출산율을 늘리는 방안이 뭘까 생각하는데 그치지 않고 임산부의 입장에서 아이를 키우는데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했다.
‘임산부는 코로나19 상황에 대중교통조차 타기 불안하다’, ‘임산부는 병원 가는 일이 잦은데 외출하려면 남들보다 많은 불편을 겪어야 한다’ 등의 고민은 임산부들이 전용택시를 타고 병원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아이맘택시로 발전했다.
그렇게 시작하면서 운송회사와 협약을 맺어 아예 차량도 새로 구입하고 전문적인 기사도 갖췄다. 이미 많은 임산부들이 아이맘택시를 이용하면서 “은평구 정책 중에 제일 잘했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김 구청장은 “모두가 아이를 함께 키워야 하는데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며 “올해부터 대상도 24개월까지 늘리고 코로나가 안정되면 병원갈 때 같이 동행해주는 ‘친정엄마’ 사업으로 일자리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임산부라면’이란 고민 외에도 ‘고독사 위험계층이라면’, ‘반려동물 애호인이라면’, ‘어린이집을 이용한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당사자 입장에서 고민을 이어가니 새로운 정책들이 나왔고 또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출 때도 공급자 입장이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접근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청소에 어려운 부분을 고민해 단순히 보이는 곳만 청소하지 않고 냉장고 뒤편 등 보이지 않는 곳까지 청소하는 사업을 시행해 호평을 받고 있다.
동물복지팀도 만들었다. 반려동물이 늘어나면서 반려견 놀이터도 만들고 있고 고독사 방지를 위해 홀몸어르신에게 유기견을 재분양해 고독사를 줄이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중장년 남성을 재교육해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애완동물 케어를 하도록 하는 등 아이디어가 이어지고 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이 지난해 8월31일 아이맘택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은평구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는 초기만 해도 일부 주민들 반대에 부딪히며 진통을 겪었지만 계속된 대화와 설득으로 고비를 넘어 순항 중이다.은평구는 재활용, 마포구는 소각, 서대문구는 음식물 등 세 지자체의 공동대응은 자원 재활용의 중요성이 커지는 요즘 모범사례로까지 손꼽히고 있다.
김 구청장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필요한 것이 폐기물 문제 해결이다. 2025년이면 수도권매립지 매립도 안되는 상황인데 대안이 없다. 진관동 주민들이 고민하고 있지만, 홈페이지에 깨끗하게 공개하면서 문제없이 추진하고 있다. 깨끗한 재활용을 위해 하는 그린 모아모아사업도 90% 이상 재활용 가능할 정도로 높은 성과를 보이며, 다른 자치구에서도 벤치마킹하고 기업체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은평구는 지난해 2~3월 은평성모병원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다른 지역보다도 이른 비상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덕분에 현재 14명의 역학조사 인원과 39명의 역학조사 기동반을 가동하면서 어느 지역 못지 않은 역학조사 역량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은평성모병원 집단감염은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코로나 대응전략 모범사례로 소개한 바 있으며, 이후 성모병원에선 현재까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전국적인 대유행으로 은평구에서만 42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당일 역학조사를 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해 추가 확진자를 조기에 발견해 현재의 진정세를 가져왔다.
김 구청장은 “은평이 역학조사만은 서울 최고라고 자부한다. 군과 경찰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그들의 수사 노하우를 역학조사에 활용하고 우리도 노하우가 쌓였다. 협치가 잘되는 은평의 특성을 살려 음식점중앙회 등과 협조해 높은 수준의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다. 지금도 백신접종을 앞두고 아예 접종추진단을 만들어 장소 선정부터 운영방안까지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이 지난 22일 은평구청 집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은평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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