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정부가 항공·관광·면세업계의 매출 진작을 위해 마련한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의 상품별 판매 성적이 가격대에 따라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면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제한적인 만큼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게 책정된 항공권 판매는 좋은 성적을 거둔 반면, 높게 책정된 항공권 판매는 저조했던 것이다.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손실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가운데 추가 운항 여부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총 5개사(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에어서울)의 연말연초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탑승률은 항공편별로 30%~100%까지 차이가 났다.
항공사별 무착륙 비행 탑승권 가격은 최저가 기준으로 10만~20만원대에서 형성됐지만, 상품 가격에 따라 탑승률은 현저하게 달라졌다. 10만8000원을 받았던 에어서울 항공기(공급 좌석 총 117석)의 경우 지난 1일 117명이 올라 탑승률은 100%를 기록했다. 항공권 가격이 9만9000원으로 가장 낮게 책정된 에어부산 항공기 탑승률은 지난달 19일 97.5%(공급 좌석 총 202석 중 197석), 25일 90.1%(182석)으로 나타났다. 티웨이(10만8000원)의 경우도 약 90% 수준의 탑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진에어(15만8000원)와 제주항공(19만8000원)의 성적표는 다소 암울한 편이다.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연말연초 각각 5편, 7편의 상품을 내놓았지만 탑승률은 약 30~4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진다. 저조한 탑승률에도 자구책 차원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항공편을 띄우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LCC 이용객들은 가격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면세 쇼핑에서 양주 한 병만 잘 사도 본전을 건진다는 말도 있을 만큼 항공권 가격에 대한 여행객들의 심리적 저항성이 다소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무착륙 관광비행을 떠나는 승객들이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품을 들고 탑승구를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9일 국제선 운항 중단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항공·관광·면세업계를 위해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도입했다. 이에 이용자들은 입국 후 격리조치와 진단검사 없이 일반 여행자와 같은 면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만 무착륙 관광비행을 통해 면세 할인을 받았다 해도 항공권 가격을 감안하면 사실상 혜택이 크지 않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더러 있다는 게 업계 사람들의 평가다. 현재 1인당 면세한도는 600달러(한화 65만8700원), 구매한도는 5000달러(548만7000원)로, 국민소득 수준 상승, 해외여행객 수 증가 요인 등을 감안하면 한도가 너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의 면세한도는 8000위안(약 1165달러), 미국은 1600달러, 일본은 20만엔(약 1800달러)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무착륙 관광비행 이후 매출이 다소 늘긴 했지만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해외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 제품은 한도 때문에 구매가 어려운 데다가 주로 화장품, 주류, 담배, 생필품 판매가 대부분을 차지해 상품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면세점의 매출액 대부분을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내국인 의존도가 낮은 상황에 무착륙 비행으로 면세업 실적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누적)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4조3210억원으로 이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만 93.9%(13조4483억원)에 달했다.
한편 정부가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을 향후 1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함에 따라 항공사들도 신규 항공편 마련에 나서고 있다. 높은 탑승률을 기록했던 에어부산은 오는 16, 23, 30일에 항공편을 새로 띄운다. 저조한 성적을 받았던 제주항공도 16, 26일에 추가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 진에어는 매주 토요일마다 지속적으로 관광비행을 운항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티웨이는 이달 말, 에어서울은 2월 중으로 추가 항공편을 마련할 예정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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