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상위 제약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여온 GC녹십자가 올해 특화 분야인 백신과 혈액제제를 앞세워 괄목할만한 성장을 노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 강세를 보이는 백신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한 진단키트, 혈액제제 강점을 활용한 혈장치료제 개발 등에 상위 제약사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도출 중이다.
GC녹십자는 국내 전통제약사가 주력으로 영위중인 일반·전문의약품 외 혈액제제와 백신제제 등 종합적인 사업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거래처 역시 종합병원부터 의원, 시약도매상, 약국, 적십자 등으로 다양하다. 이 같은 다양성을 기반으로 녹십자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탄탄한 영역을 구축해왔다. 지난해 1조3697억원의 매출액과 4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수년 간 업계 2위 자리를 수성 중이다.
탄탄한 기초체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GC녹십자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국내 제약사 기술수출 행보 속 주인공이 되진 못했다. 원조 기술명가로 꼽히는 한미약품과 최근 신흥 명가로 떠오른 유한양행이 잇따라 기술수출로 주목받은 반면, 해당 분야 강자라는 인상은 각인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차세대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꼽히는 아이비글로불린 혈액제제가 지난 2015년 미국 품목허가 신청 이후 2016년과 2018년 연달아 고배를 마신 뒤, 올해 재도전에 나서야 된다는 점 역시 아픈 손가락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전세계적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일어나며 존재감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백신수요 증가와 항체진단키트 2종, 분자진단키트 2종과 항원진단키트 1종에 이어 형광면역 항원진단키트까지 총 6종에 이르는 진단품목 포트폴리오가 빛을 발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가을철 독감과 코로나19 백신의 동반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 속 독감백신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녹십자는 의도치 않은 수혜를 입게 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 속 전 산업계 매출 타격으로 작용한 가운데 녹십자의 매출은 상승세를 지속해 왔다. 특히 3분기에는 42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갈아치운 동시에 6년 만에 영업이익 500억원을 돌파(507억원)하기도 했다. 북반구 지역 수요 증가로 인한 백신 부분 매출 증가와 연결 종속회사인 녹십자랩셀의 검체검진 및 바이오 물류 사업 성장, 녹십자엠에스의 진단키트 수출물량 반영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수치상 실적 외 존재감과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혈액제제에 특화된 기업답게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서 면역원성을 갖춘 항체를 추출, 혈장치료제를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완치 환자의 혈장이 필요하다는 만큼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사태 장기화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혈장치료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임상시험계획 승인 이후 9월 임상 2상 첫 환자 투여를 완료한 녹십자의 코로나19 치료제는 지난달 두번째 배치 생산까지 완료한 상태다. 특히 두번째 생산 배치 물량은 임상목적의 첫 배치와 달리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치료목적 사용을 위한 것이다.
실제로 해당 치료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치료목적 사용 승인(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을 획득해 서울아산병원과 순천향대부속부천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아주대병원 등에서 환자에 투여하거나 투여를 준비 중인 상태다. 지난달 첫 승인 이후 신청 의료기관이 증가하고 있어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한 상태다.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녹십자의 기업가치 역시 올해 가파른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9만원대에 불과했던 회사의 주가는 이달 10일 기준 45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매출 1조원대 상위제약사 가운데선 압도적인 기업가치 상승폭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 세계 헬스케어산업 화두가 코로나19에 집중돼 있는데다, 포트폴리오 상 실적 뒷받침까지 기대되는 녹십자의 기업가치 상승폭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특히 국산 치료제 가운데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와 함께 가장 기대를 모이고 있는 품목인데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만큼 그 성과에 따라 추가적으로 폭발적 성장이 가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GC녹십자 사옥 전경. 사진/GC녹십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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