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의 몽니…꼬여가는 한일관계
"강제징용 조치 않으면 방한 없다"…한중일 정상회의 조건 내걸어
2020-10-13 17:00:00 2020-10-13 17:00:0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일본이 연말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조건으로 강제징용 가해기업 자산 매각 중단을 요구하면서 한일 관계는 물론이고 동북아 3국의 우호 협력에 균열이 갈 것으로 우려된다. 강제징용 기업 자산 현금화는 법원이 취하고 있는 조치로, 한국 정부의 개입을 기대하는 것은 '사법농단을 해 달라'는 무리한 주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양국간 기업인 입국 간소화 합의로 경제관계 긴장이 한껏 누그러졌다는 평가가 나온지 일주일 만에 이번 결정이 전달되면서, 올해 정상회의를 계기로 그간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려던 외교당국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전망이다.   
 
13일 교도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날 한국 외교 당국에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수용 가능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연말 한국 정부가 서울에서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스가 총리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    
 
통신은 이같은 방침이 스가 총리의 의향을 토대로 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한일간 대립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스가 총리가 방한에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통신은 "한국이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정상회의 연내 개최는 미뤄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강제징용 문제는 2018년 10월 대법원이 이춘식 할아버지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며 최종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불거졌다. 양금덕 할머니 등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왔고, 이어 후지코시와 코크스공업(구 미쓰이광산주식회사) 등을 포함한 추가 소송이 이어졌다. 
 
그러나 판결 이행이 이뤄지지 않자 법원은 일본 기업들이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상표권과 특허권 등 자산에 대해 압류 결정을 했고, 현재 이런 자산들에 대한 매각 절차(현금화)가 남은 상황이다. 
 
엄연히 일본 민간 기업과 한국 개인 간 이뤄진 소송이지만, 일본 정부는 "한일관계는 1965년 청구권 협정이 기본"이라며 "한국 사법부의 판단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반발해왔다. 
 
특히 아베 전 총리는 압류 시 '구체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별러 오다 결국 지난해 수출 규제 조치를 강행했다. 당시 결정에 대해 일본 경제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자국내 우려도 있었지만 끝내 역사 문제를 경제로 비화한 것이다. 
 
현재 한일 관계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를 이번엔 스가 총리가 3국 정상급 회의 참석과 결부시키면서 한일관계가 더 꼬여갈 전망이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08년부터 3국이 번갈아 가면서 개최하는 회의로, 지난해 12월 중국 청두에 이어 올해는 한국이 주빈국이다. 정부는 12월쯤 서울에서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회의 개최 계기 양자 정상회담도 이뤄질 수 있어 한일관계를 개선할 기회라는 기대도 컸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이날 일본 정부 결정에 대해 "외교당국간 구체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릴 수 없다"면서도 "3국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를 위해 노력중이며 유관국들과 협의중에 있다"며 회의 개최를 계속 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 관련 수용가능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스가 총리의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은 어렵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에 3국 정상회의 연내 개최는 물론 한일관계 개선 가능성이 희박할 전망이다. 사진/신화·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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