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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미 거버넌스 7시간 전

고민고민 해보자 원전을 꼭 지어야 하는가? (2)

지역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한 베테랑 활동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야기를 하다가 “지역에 원전이 유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반도체에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와 전력 수요가 앞으로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누구도 단정하기 어렵다. 원전은 한 번 지으면 기본 설계만 수십 년이고, 수명 연장을 거치면 60년 이상 운영되기도 한다. 지금의 산업 수요를 보고 수 십 년짜리 시설을 짓자는 이야기가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다음에는 “원전이 있으니 AI 시설도 끌어오자”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오늘 한미 양국은 최대 1200억 달러를 활용해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큰 틀의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한국형 APR1400 2기와 웨스팅하우스 AP1000 6기가 대상이다. 그동안 한국형 원전의 미국 진출에 걸림돌이었던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정도 개정하기로 했다. 1978년 웨스팅하우스 기술로 고리 1호기를 지었던 한국이 약 50년 만에 미국에서 웨스팅하우스의 파트너로 원전을 짓게 되는 셈이다.

한국 원전 산업의 기술력을 보여주고 수출 시장을 넓힌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워낙 크다. 1200억 달러 가운데 200억 달러를 공사비 초과에 대비한 예비비로 잡았다. 미국 원전 건설에서 공사비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나는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반은 안전한지, 냉각수는 충분한지, 생산한 전기를 보낼 전력망은 갖춰져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정부 역시 구체적인 사업 조건과 경제성을 확인한 뒤 개별 사업의 최종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우리 땅에도 전력 수요가 늘어난다는 이유만으로 원전을 서둘러 지어야 할까. 반도체와 AI 산업이 앞으로 얼마나 커질지, 전력 수요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알 수 없다. 산업은 바뀌지만 원전은 한 번 지으면 수십 년 동안 운영하고 나중에는 폐로까지 해야 한다. 몇 년 뒤의 산업 전망을 근거로 수십 년짜리 시설을 결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체르노빌 사고를 되돌아보면, 원전의 책임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알 수 있다. 1986년 사고가 난 뒤 국제사회는 수십 년 동안 돈과 기술을 들여 파괴된 원자로를 안정화 했고 거대한 신안전구조물까지 세웠다. 사고가 난 그날로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관리가 이어지고 있다. 체르노빌 이후 국제사회는 원전 사고를 신속하게 알리고 서로 지원하기 위한 국제적인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만 봐도 원전 사고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최근 한동안 주춤했던 원전 건설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이어졌고,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전력 수요,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다시 늘리는 나라도 나오고 있다.

원전을 짓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서두르지 말고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만 잘 짓자는 것이다. 건설비만 볼 것이 아니라 운영비와 폐로 비용,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 안전성, 주민 수용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 장소가 과연 쉽게 결정될 수 있을까? 원전을 유치하면 산업과 일자리가 생긴다는 기대만으로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며 극심한 이해 충돌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전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원전을 건설하면 문제가 더 빠르고 쉽게 해결된다는 뜻으로 급히 결론 내릴 일이 결코 아니다. 지금 필요한 전력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부터 정부 산하에 전문 기관의 객관적인 검토를 거쳐 따지고 또 따져봐야 한다. 몇 년 뒤의 산업을 위해 수십 년짜리 원전을 몇 개 지을 것인지는 그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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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마토 P · 7시간 전

좋은 글 감사드리고 AI 픽도 축하드려요 ^^ 꼼꼼하게 읽어볼 글이네요

성
성하기 G · 6시간 전

원전이 현실적인 대안인 것은 맞는데 그 위험성이 간과되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