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9%에서 9.5%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3월 여야가 18년 만에 합의한 국민연금 개혁안이 마침내 현실에서 작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보험료율은 앞으로 8년에 걸쳐 매년 0.5%포인트씩 인상돼 2033년에는 13%에 이르게 됩니다. 오랫동안 정치권의 눈치 보기 속에 미뤄져 온 개혁이 드디어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분명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이번 개혁의 또 다른 축은 소득대체율입니다. 2007년 이후 해마다 낮아지던 소득대체율은 이번 개혁으로 43%에서 고정됩니다.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로 방향을 튼 셈입니다. 정부는 이 개혁을 통해 기금 소진 시점을 기존 2056년에서 2071년으로 15년가량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이 한층 단단해진 것처럼 보입니다.
기금은 더 버티지만, 소진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이 개혁을 지속가능성의 완성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소진 시점이 늦춰졌을 뿐, 지금의 제도 설계로도 기금은 언젠가 바닥을 드러낸다는 전망 자체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출생과 고령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면, 오늘 계산한 2071년이라는 숫자도 다시 앞당겨질 수 있습니다. 개혁은 시한을 늦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근본적인 구조 문제를 완전히 해소했다고 말하기는 이릅니다.
이 지점에서 청년세대의 반발은 곱씹어볼 만합니다.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여론조사에서 20~30대의 과반이 이번 개혁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일부 대학 총학생회는 연합체를 꾸려 반대 목소리를 냈고, 이번 개혁을 '개악'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보험료는 지금 당장 더 내야 하는데, 정작 자신이 연금을 받게 될 수십 년 뒤에도 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지에 대한 확신은 갖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핵심 불만입니다.
세대 간 신뢰가 빠진 개혁
물론 이런 불안을 청년세대의 이기심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연금 제도는 본질적으로 세대 간 약속입니다. 지금의 청년들이 낸 보험료가 오늘의 노년층을 부양하고, 그 청년들이 노년이 됐을 때는 다음 세대가 그 몫을 이어받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 약속이 지켜지리라는 믿음이 흔들리면, 아무리 정교한 셈법으로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춰도 제도에 대한 순응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청년층의 반응을 보면, 이번 개혁이 세대 간 신뢰를 회복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로의 전환 자체는 방향이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그 방향을 받아들이는 세대별 온도차를 정치권이 얼마나 진지하게 다뤘느냐입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숫자를 조정하는 것으로 개혁이 끝났다고 여긴다면, 청년세대의 불신은 다음 개혁 논의 때 더 큰 벽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큽니다. 국민연금 개혁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숫자 뒤에 남은 신뢰의 공백을 메우는 일이 다음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