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사모펀드 KCGI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칼을 겨눴다.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KCGI가 조 회장 경쟁자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편에 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최근 대한항공 임원을 포함해 일부 직원을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파견했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업무를 도우라는 취지라는 설명이지만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주주들의 의결권을 얻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조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 재선임을 위해 물밑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KCGI는 이를 '불법파견'이라며 문제 삼고 있다.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 회장이) 의결권 위임 작업에 나선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총수 개인의 이익을 위해 대한항공의 인력과 재산을 유출하는 것"이라며 "이는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등에 해당하고 파견법 위반의 소지도 크다"고 밝혔다.
KCGI가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 임직원을 최근 한진칼로 배치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그래픽/표영주
조원태 공격한 KCGI…누구 편?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한진그룹을 압박 중인 KCGI가 주총을 앞두고 조 회장을 정면으로 공격하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회동설이 있었던 조 전 부사장에게 이번 주총에서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라는 추측이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이달 초 서울 모처에서 김남규 KCGI 부대표와 또 다른 주요 주주 반도건설의 임원을 함께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17.29% 가지고 있고 반도건설은 8.28%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를 확보하는 쪽은 이번 경영권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KCGI의 출발이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였고, 그간 한진그룹의 호텔 사업을 정리하라고 압박해온 것을 볼 때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진 않다는 관측이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호텔 사업에 애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조 회장 편에 서기 위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요구해온 재무구조 개선을 앞당기는 대가로 힘을 보탤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민석 KCGI 부대표도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고 국내 호텔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 부채비율을 395%까지 낮추고 신용등급을 A+로 높이겠다고 했지만 재무구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최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KCGI, 한진가 경영권 '호시탐탐'
KCGI는 총수 일가를 제외한 한진칼 단일주주 중 가장 많은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어느 편에도 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반도건설과 힘을 합쳐 총수 일가로부터 경영권을 아예 빼앗아 오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KCGI는 지난해 주총에서도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퇴진을 압박하며 경영권을 뺏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당시에도 높은 부채비율과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총수 일가가 갈등을 겪으며 등을 돌린 상태이기 때문에 경영권을 빼앗을 수 있는 가능성은 더 커진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KCGI 입장을 알기 위해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에 앞으로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불법파견을 했다는 KCGI의 지적에 "직원 파견은 그룹 내 인력 교류에 해당하는 적법한 전출"이라며 "파견 시 발생하는 인건비 등 제반 비용에 대해서는 공정한 계약에 의거, 정당한 절차로 정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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