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지난 3월 취임한 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가 만족스럽지 못한 첫 성적표를 받았다. 창사 이후 상반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10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800억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한 데다 최근 연이은 악재로 인해 올해 흑자전환 목표도 불투명해졌다.
쌍용차는 올 상반기 매출 1조8683억원, 영업손실 769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1조7506억원)보다 6.7% 증가했고 영업손실 규모는 387억원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2분기 매출은 9350억원으로 0.7%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491억원으로 전년 동기(75억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쌍용차는 올해 1월 ‘렉스턴 스포츠 칸’, 2월 신형 ‘코란도’, 6월 티볼리의 부분변경 모델인 ‘베리 뉴 티볼리’ 등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상반기 매출은 창사 이래 최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실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손익 부문에서 2016년 4분기 80억원의 흑자 이후 올 2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이 기간 동안 누적 손실은 2064억원에 달했다.
올해 3월 말 취임한 예 대표 입장에서 첫 성적표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예 대표는 대표 취임 직전 개최된 ‘2019 서울모터쇼’ 프레스 데이에서 “자동차 업계 상황이 좋지 않아 쉽지는 않겠지만 적자 규모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고 가능하면 흑자 전환을 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이번 실적에 대해 “신차 출시에 따른 내수 판매 증가에 힘입어 판매와 매출은 전년보다 증가했다”면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 경쟁 심화에 따른 영업비용 증가 등으로 손실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제품 및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겪는 경영정상화 과정”이라며 “이러한 투자 결과로 최근 공격적인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실적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의 손익 악화에는 영업비용 증가 외에 해외실적 부진도 영향을 끼쳤다. 쌍용차는 올해 상반기 내수 판매는 5만5950대로 전년 동기보다 8.6% 증가했지만 수출은 1만4327대로 8.2% 감소했다.
쌍용차는 해외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에콰도르, 파라과이, 칠레 등 중남미 지역 진출을 시도했고 12월에는 호주에 첫 직영 해외판매법인을 설립했다. 지난달에는 뉴질렌드에 신차 론칭 등 마케팅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 악재가 겹치는 점도 올해 흑자전환 가능성을 낮게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쌍용차는 이달 26일 ‘베리 뉴 티볼리’ 가솔린 모델의 일부 차량에서 발생되고 있는 가속 지연 현상에 대한 무상점검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쌍용차가 베리 뉴 티볼리 등 신차 3종을 상반기 출시했지만 영업이익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사진/김재홍 기자
티볼리가 지난해와 올해 소형 SUV 부문에서 현대자동차의 ‘코나’와 1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속 지연 문제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아울러 현대차는 ‘베뉴’, 기아자동차는 ‘셀토스’를 최근 출시하면서 티볼리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쌍용차는 노사가 합의해 이달 5일, 8일, 12일, 15일에 평택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올 상반기 실적을 이끌었던 렉스턴 스포츠와 티볼리의 기세가 주춤하고 재고물량이 쌓였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도 판매가 부진할 경우 추가적인 생산중단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올해 실적개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평가다.
박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쌍용차가 올해 연간 판매목표인 16만3000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반기 대비 하반기 판매가 높아져야 한다”면서 “현대차와 기이차의 연이은 RV 신차종 출시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예 대표는 “하반기 추가적인 라인업 강화를 통해 판매 확대와 내실 성장을 함께 이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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