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만남을 갖고 대미 투자 확대를 요구했다. 당초 우려했던 ‘화웨이’ 이슈는 꺼내지 않았다. 재계는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전 10시부터 40분 동안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대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재계 총수들은 간담회 예정 시간보다 두 시간가량 먼저 도착해 8시30분부터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주관으로 열린 한미 경제인 미팅에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29일 한미 경제인 미팅 관련 일정을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 현대, SK, CJ, 두산을 이끌고 있는 훌륭한 분들이 자리에 함께 했다”면서 “제가 언급한 기업들은 미국에 많은 투자는 물론 미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대기업을 필두로 한국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대미 투자에 나설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대미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또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예로 들며 “신 회장은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해 3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면서 “롯데타워를 처음본 후 매우 감탄했었는데 이렇게 멋진 건물을 세운 것에 대해 축하의 말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날 ‘화웨이’ 관련 사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기업인들에게 ‘반 화웨이’ 압박에 동참할 것을 우려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 중 하나이며,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의 중요 고객사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이날 간담회에 구광모 LG 회장 대신 권영수 부회장이 참석한 것을 두고 화웨이 관련 내용을 잘 설명할 적임자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카드를 꺼내지 않은 것은 앞서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양국이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기업 입장에서는 화웨이 사안과 관련해 양자 택일 상황에 놓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G20 정상회의 이후 분위기가 바뀌면서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손경식 CJ 회장은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추가적인 대미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최대 10억달러 규모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국내 주요 그룹 총수 간 간담회가 이뤄진 그랜드하얏트호텔 주위에는 수백여명의 경찰들이 배치되는 등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 또한 간담회는 4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진행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외에 국내 그룹 총수들은 별도의 발언 기회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간담회가 진행된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근처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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