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강원 고성·속초에서 발생한 산불로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이석을 막는 발언을 한 것을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5일 "유감인 것은 (여당이) 심각한 상황임을 보고하고 이석이 필요하면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데, 그런 말이 없어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청와대 업무보고를 시작하고 나서, 여당 쪽에서 '정 안보실장이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하니 빨리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그래도 의원들이 한 번씩은 질의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저녁 7시45분에 정회할 때까지도 회의에 집중하느라 산불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밤 9시20분에 회의가 속개할 때까지, 그 사이에 저희에게 산불의 심각성이라든지 산불 심각성으로 인해서 안보실장이 이석해야겠다고 양해를 구한 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밤 9시반쯤 해서 홍영표 운영위원장이 '불이 났는데 보내야되지 않겠냐'고 했다"며 "심각성을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에서 (의원) 서너분이 질의하면 (회의가) 끝나게 돼있기 때문에 길어야 30분이라고 생각해서 하고 가는 게 어떠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홍영표 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지금 고성 산불이 굉장히 심각한 것 같다. 속초 시내에서 민간인들을 대피까지 시키고 있다"면서 "(정 실장은) 위기대응의 총책임자다. 그래서 양해를 구했는데도 (이석은) 안 된다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대형 산불이 생겨서 민간인 대피까지 하고 있는데 대응을 해야 하는 책임자를 국회가 이석을 시킬 수 없다고 잡아놓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며 정 실장의 이석에 여야가 합의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자 나 원내대표는 "저희도 안보실장을 빨리 보내드리고 싶다. 그러면 (질의) 순서를 조정했으면 한다"며 "여당 의원들 말고 먼저 야당 의원들이 질의하게 했으면 (정 실장은) 조금이라도 빨리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야당 의원들이 국가 위기 상황에도 정 실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산불이 속초로 번져 주유소 폭발, 30명 고립, 기숙사가 위험한 상황인데 국회 운영위는 재난대비 책임자인 정 실장을 붙들고 질문에 질문을 하다 밤 10시50분에야 돌려보냈다"며 "야당이 너무한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박광온 의원도 "산불의 재난사태에도 안보실장을 잡고 안 보내준 것은 '국회'가 아니라 '자한당'"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대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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