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이름이 또 다시 언론을 휩쓸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013년 3월 별장 성접대(성폭력)의혹이 불거져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 지 불과 6일 만에 자진 사퇴한 이래 검찰수사결과 2차례에 걸쳐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일반적인 사건이라면 잊혀 질만도 한데 또 다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직접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고,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수사권고까지 했다.
검찰이 신속하게 여환섭 청주지검장을 단장으로 한 수사단을 출범시킨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13명의 검사가 투입되었고 수사관 등 실무 진까지 포함한 수사단 규모는 무려 50명 가량으로 전해진다. 김 전 차관이 받고 있는 혐의는 성폭력 특별법 위반, 뇌물수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단지 김 전 차관 개인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서 매머드급 수사단이 출범한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실제로 그래서도 안 된다. 그동안 누군가에 의해 ‘숨겨진 진실’을 이제 밝혀야 한다.
2013년 3월 초 경찰은 김 전 차관 관련 첩보를 확인한 데 이어 특별수사팀을 꾸려 내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이 사퇴한 직후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이후 4월에 단행된 인사에서 수사 지휘라인이 모두 물갈이됐다. 정기 인사시즌도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수사팀 간부들은 한직으로 발령받았다. 일부는 그 후 승진도 못하고 경찰을 떠나야만 했다.
밝혀야 하는 첫 번째 숨겨진 진실이 여기에 있다. 당시 수사팀은 청와대에 첩보를 축적해서 보고했다고 주장한다. 김 전 차관이 내정되기 8일 전인 2013년 3월 5일에는 대면보고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인사검증을 맡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찰에 관련 사안을 내사하고 있는지 물었지만 그런 게 없다고 했다"고 반박한다. 허위보고를 했다는 말이다.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민주당의원도 똑같은 해명을 하고 있다.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분명한 것은 정기 인사시즌도 아닌 데 수사팀이 물갈이 되는 등 인사 상 불이익이 있었다. 만일 수사팀이 허위보고했다면 사안이 중대한 만큼 중징계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실제 징계는 없었다. 당시 경찰수사팀 관계자들은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할 태세다. 과거사위는 곽 의원과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던 이중희 변호사만 특정해서 수사권고 했지만, 수사단이 여기에 한정해서 수사할 이유는 없다. 관련자들은 모두 소환조사해야 한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사퇴한 후 2차례에 걸쳐 불기소처분을 했다.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어서 범죄혐의가 없다고 본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범위는 경찰이 송치한 성폭력 범죄에 한정했다. 당시 검찰은 김 전 차관을 단 한 차례 비공개 소환해서 조사했다. 공개소환 된 건설업자 윤중천은 김 전 차관과 아는 사이라고 진술했지만, 김 전 차관은 모른다고 했다. 서로 진술이 모순되지만 대질신문은 이어지지 않았고 김 전 차관에 대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없었다.
밝혀야 하는 두 번째 숨겨진 진실이 여기에 있다. 당시 검찰이 최선을 다해 수사를 했는지, 아니면 수사에 외압이 있었는지 국민들은 궁금하다. 상급자가 수사를 중단시키거나 외압을 행사하면 직권남용죄에 해당된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은 대개 평검사일 것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이미 징계시효도 지났고, 직권남용의 피해자라고도 볼 수 있다. 수사단이 이들의 진술을 어떻게 이끌어 내는지가 핵심과제다.
마지막으로 숨겨진 진실은 과연 당시 별장에 출입한 자가 김 전 차관만 있었겠냐는 것이다. 오직 김 전 차관만을 대상으로 접대가 이루어졌기 보다는 다수의 고위공직자들도 포함되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 의심이다. 이들에 대해서도 뇌물 등 범죄혐의가 존재할 여지가 있으니 이 부분까지 수사단이 실체를 밝히면 역대급 성과를 낸 수사단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김 전 차관과 관련된 수사에 나선 검찰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과거 검찰이 수사했던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래전에 썩은 부위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제대로 도려내야 한다. 특정 사건에 대해 3번에 걸쳐 수사에 나서는 것은 흔히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런만큼 검찰은 누군가 오랜 기간 조직적으로 진실을 은폐했다면 반드시 그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검찰이 살고 나라가 산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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